[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下>5가지는 꼭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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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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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한국 호텔 객실수 베이징-도쿄의 절반… 중저가 체인 늘려라
② 쇼핑 강매 등 함량미달 가이드 ③ 중국인 관광객 1년새 42% 늘어도…
④ 서울로만 편중된 관광정책 ⑤ 봄 가을에만 몰리는 외국인 관광객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앞둔 가운데 18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쇼핑백을 들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위해서는 쇼핑 활성화를 넘어 관광 인프라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이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앞둔 가운데 18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쇼핑백을 들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을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위해서는 쇼핑 활성화를 넘어 관광 인프라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최근 몇 년간 관광객이 매년 10% 이상 크게 늘면서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관광 강국’으로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32위로 2009년 31위에서 되레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해 세계 10위권 관광대국이 되려면 다음의 5가지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한류’와 ‘쇼핑’만으로는 관광대국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 호텔 객실을 늘려라

가장 큰 문제는 숙박시설의 부족이다. 관광객들은 한국에 ‘모텔’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품위를 지키며 묵을 관광용 호텔은 적다고 지적한다. 일본인 관광객 전문인 세일여행사 고인대 차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5, 6월과 9, 10월에는 석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방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호텔 객실 수는 6만8581실. 중국 베이징(北京)의 호텔 객실 13만4000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본 도쿄(東京·12만4000실)나 영국 런던(11만1000실)에 비해서도 현저히 적다. 이렇다 보니 중국 여행사들은 한국으로 가려는 관광 손님을 일본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관광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맹선 숙명여대 문화관광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국형 중저가 호텔 체인을 전국적으로 설치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관광 종사자 자질을 높여라

관광업 종사자의 자질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객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했던 사항 중 6위는 ‘가이드에 의한 상품 구입 강요’였다. 쇼핑 강요는 언어나 물가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1위로 ‘싸구려 관광’과 더불어 고질적인 문제다.

관광객을 대하는 상점 주인이나 직원의 자세도 관광 선진국으로 가기엔 멀다. 최근 제주도를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상점에 들어가 중국어로 말하니 주인이 다가와 양팔로 ‘X’자를 그었다. 이들과 동행한 화방관광 모수범 실장은 “중국인이 대체로 물건을 보기만 하고 사지 않으니 취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결국 중국의 한국 관광 붐을 꺼지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관광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제 국가가 나서 관광 가이드 전문교육을 시키고 사후 감독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 관광 표지판에 간체자를 넣어라

한국에서 언어 문제로 불편을 겪는 외국인 중에는 중국인이 가장 많다. 관광안내판에 번체(繁體) 한자가 있긴 하지만 이를 간략화한 간체를 쓰는 중국 대륙 사람들은 읽기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세방여행사 강건 이사는 “경복궁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인솔했는데 궁 안에서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 당황해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08년 101만 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은 이후 2009년 121만 명(19.8% 증가), 2010년 172만 명(42.1% 증가)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10월까지 188만 명으로 일본 265만 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엄서호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는 “간체자 안내판 외에도 간체로 된 꼼꼼한 가이드북을 발간해 중국인에게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관광 아이디어를 찾아라


제주 올레길과 같은 ‘관광 벤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올레길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스페인 산티아고 길에서 착안해 만든 ‘관광 벤처상품’에 가깝다. 한 명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길에 지난해까지 찾아간 사람은 65만3000명, 직접 파생된 경제효과는 497억 원으로 추산된다.

한마디로 자연경관이 뛰어난 경승지나 사적지가 적다고 ‘하늘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지방의 숨은 관광지를 개발하고 테마별 관광지를 하나로 묶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앞으로 한국 관광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 관광객 유치가 필수”라며 “이를 위해 지방을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한 아이디어의 상품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국인 관광객 활성화하라

내국인 관광객의 활성화는 관광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일본 도쿄의 호텔 객실은 한국 전체 객실의 2배나 되지만 대부분 내국인 관광객들로 채워진다. 내국인 관광이 먼저 활성화돼야만 관광 인프라 개발로 이어지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 여행사 사장은 “한국 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비수기가 길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 자리를 채웠지만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와 내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가 상호 보완 관계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이참 관광공사 사장 “관광은 年10% 성장 산업… ” ▼

정부 주도 투자해야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은 한국의 매력에 비해 아직 적은 수치”라며 “한국 관광에 탄력이 붙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은 한국의 매력에 비해 아직 적은 수치”라며 “한국 관광에 탄력이 붙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국은 이제 외국인이 ‘방문하고 싶은 나라’가 됐습니다. 정보기술(IT)이나 조선업처럼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광업을 육성해야 할 때입니다.”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관광객 수를 넘어 ‘관광의 산업화’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 본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0여 년 전 ‘싸구려 자동차’ 이미지가 강했던 한국 자동차가 북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관광 국제시장에서도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올라갔다”며 “한국이 가진 역량에 비하면 1000만 명도 적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볼 때 민간이 먼저 투자해 산업이 일어난 경우는 없다”며 “연간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서는 만큼 앞으로 늘어날 관광 수요에 대비해 정부가 호텔이나 위락시설 등 관광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500만 명(2001년)에서 600만 명(2005년)으로 100만 명 늘어나는 데 4년 걸렸다. 700만 명을 넘는 데 다시 4년 걸렸다. 반면 800만 명이 된 것과, 1000만 시대를 여는 데는 각각 1년이 걸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속도가 계속 빨라지는 것이다.

이 사장은 “최근 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이들이 ‘한국을 가보고 싶다’ 대신 ‘홍대 거리를 가보고 싶다’거나 ‘부산은 어떤 곳인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해 놀랐다”며 “한국인이 뉴욕이나 파리를 방문하고 싶은 것처럼 관광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경쟁력을 지니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지금 투자해도 호텔 객실을 늘리거나 테마파크를 만드는 데는 3, 4년이 걸린다”며 “내년에는 당장 부족한 객실 수를 보완하기 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오피스텔 건물 등을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관광을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니라 성장률 10%를 웃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성장산업으로 여기고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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