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6종 강제 수거 명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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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동물실험서 폐 손상 확인”… 소비자에 환불 조치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손상 환자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결론나면서 보건당국은 가습기 살균제 6종을 모두 수거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생산 또는 판매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생활용품으로 분류돼 특별한 제재 없이 팔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의 동물 흡입 독성 실험과 전문가 검토 결과를 토대로 위해성이 확인됐다며 11일 수거명령을 내린 제품은 모두 6개다. 다음은 일문일답.》

▼ Q: 6개 제품外 나머지는 사용해도 되나 ▼
A: 가습기 살균제 아예 안쓰는게 안전

―어떤 제품을 수거하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한빛화학)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상품) ‘좋은상품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 PB 상품·이상 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아토오가닉) ‘가습기 클린업’(코스트코 판매 상품·이상 글로엔엠)이다.”

―시중에 얼마나 유통됐나.

“1년 생산량은 60만 개로 추산된다. 옥시싹싹과 세퓨가 전체 소비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가 된 성분은….

“PHMG와 PGH 성분이다. 이를 들이마신 쥐의 폐는 정상 쥐보다 3배 이상 빵빵하게 불어 있었다. 부검을 하려고 폐를 자르면 공기가 빠져나와 쭈글쭈글해지면서 약간 작아져야 정상인데, 유해성분을 들이마신 쥐의 폐는 부풀어오른 그대로였다. 기관지가 막혀 있거나 폐가 딱딱하게 굳어졌기 때문이다.”

―두 성분을 왜 지금까지 규제하지 않았나.

“피부에 닿거나 먹었을 때를 가정해 만든 기준은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처럼 코를 통해 흡수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사각지대’였다. 입으로 먹더라도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지만 코로 들이마셔 폐 안에 축적되면 독성이 커진다.”

―6개 제품은 정부가 강제 수거하나.

“옥시는 8월 말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이미 판매된 제품에 대해서는 환불해줄 예정이다. 아토오가닉과 세퓨 역시 고객센터를 통해 반품을 받거나 환불해주는 중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비슷한 시점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영수증이 없어도 환불하고 있다.”

―다른 가습기 살균제는 써도 괜찮나.

“보건당국은 일단 쓰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질병관리본부가 동물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피해자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나.

“관련 단체는 100여 명의 피해자가 나왔다고 주장한다. 업체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아직 보상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폐질환을 ‘난치성 질환’으로 규정하면 병원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받을 수는 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규제하나.

“해외에는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연구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왜 논란이 됐나.

“서울아산병원이 4월 초 원인 미상의 폐질환 환자가 자꾸 늘어난다고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2008년부터 피해자들이 제보했지만 역학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환자는 34명이며, 이 중 9명이 숨졌다.”

―과거에 많이 썼던 사람들은 어떤가.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현재 폐가 아프고 숨이 가쁘지 않다면 가습기 살균제를 예전에 쓴 적이 있어도 폐가 손상되지 않은 셈이다. 폐는 자기 치유 능력이 있어서 약간 손상돼도 금방 회복될 수 있다.”

―살균제는 안 쓰고, 가습기만 쓰면 어떨까.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는 병실에서 가습기를 못 쓰게 한다. 작은 입자를 공기 중에 분사시키는 만큼 가습기를 아무리 깨끗이 관리해도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흡수할 확률이 높다. 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지면 건조함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국내에서는 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없으므로 밤에 빨래를 널어놓기만 해도 가습효과는 충분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PHMG와 PGH:

살균제로 쓰는 화학물질. 피부에 닿거나 먹었을 때의 독성이 다른 살균제의 5∼10분의 1 정도로 적어서 국내외에서 유독물로 분류하지 않는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아 가습기뿐 아니라 물티슈 같은 제품에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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