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찰총국 ‘北가족 볼모’ 탈북자 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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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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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침간첩’ 구속기소… 암살무기 14년만에 재등장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이 북한에 남은 탈북자 가족의 신변을 볼모로 남한의 탈북자에게 접근해 간첩활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는 남한의 탈북자 출신 간첩들이 대개 ‘위장 탈북’한 뒤 간첩 활동을 하던 과거 사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이어서 정부의 탈북자 관리 대책에 전반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보 9월 16일자 A1면, 9월 17일자 A8면 참조
A1면 보수단체 간부 독침테러 시도 北간첩 검거
A8면 독침 간첩, 김덕홍-박상학씨 암살 노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을 볼모로 한 정찰총국의 회유에 못 이겨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과 박상학 자유북한연합 대표를 살해하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 등)로 ㈜남북경협 이사를 지낸 탈북자 안모 씨(54)를 6일 구속 기소했다. 김 전 총사장은 1997년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함께 남한으로 귀순했다. 박 대표는 북한으로 대북전단(삐라) 보내기 운동을 주도해 온 탈북자다.

검찰은 안 씨가 남북경협 사업을 위해 몽골 주재 북한 상사원들을 만나다 정찰총국 공작원에게 포섭돼 올 4월 김 전 총사장을 암살하라는 지령과 함께 독총 2개(단발형, 3발형)와 독침 1개, 독약캡슐 3개를 받아 귀국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찰총국 공작원은 안 씨를 포섭하면서 북한에 남은 가족의 안전을 거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안 씨는 지난해 10월 황 전 비서 사망 뒤 김 전 총사장에 대한 경호가 강화돼 암살이 어렵게 되자 박 대표 등 다른 탈북자 출신 인사들로 암살 목표를 바꿨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안 씨는 암살 자금으로 1만2000달러(약 1400만 원)를 송금 받은 뒤 암살 일시와 장소, 방법과 함께 암살 후 시신을 유기할 장소까지 물색했고 암살 다음 날 베트남으로 도피하기 위해 항공권까지 구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지난달 3일 오후 3시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3번 출구에서 박 대표를 불러내 암살하려다 국가정보원 요원에게 붙잡혔다. 검찰은 “독총 등 암살무기가 반입된 것은 1997년 최정남·강정연 부부 간첩사건 이후 처음”이라며 “경제적 보상과 북에 남겨 둔 가족의 처우 개선 약속 등으로 탈북자를 유인해 범행의 도구로 삼는 비인도적이고 반인륜적인 수법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유관기관과 공조해 반북 인사들의 신변 보호를 강화하고 탈북자들이 테러 도구로 희생되지 않도록 좀 더 철저한 관리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 씨 사건으로 탈북자 사회도 동요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들은 안 씨 가족이 북한 특별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가 이들이 테러 도구로 희생되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임을 감안해 유엔이나 국제 비정부기구(NGO)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희태 북한인권모임 사무국장은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안 씨 가족의 석방을 요구하면 북한은 오히려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이들을 숙청할 수 있다”며 “유엔 아동권리협약이나 여성차별협약 등을 앞세워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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