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독불장군’ 대구시 나홀로 취수장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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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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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지금은 ○○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할 때 쓰는 ‘자극(刺戟)’은 창이나 가시로 찌른다는 뜻으로 공감 속에서 어떤 사안을 해결하려는 자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엊그제 열린 대구시의회에서 경북 구미시를 겨냥해 이 같은 말을 했다. 대구 수돗물 취수장을 구미공단 상류 낙동강으로 옮기는 문제가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시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에서다. 당장 구미에서는 이 말에 자극받아 “대구시장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장은 250만 시민의 대표지만 구미 시민과는 관계가 없다. 구미시의 한 고위 간부는 “이 사안은 이미 물 건너 간 일이다. 구미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비난했다.

대구로서는 취수장 이전이 아무리 중요해도 다른 지자체의 공감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일을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려는 태도는 지혜롭지 못하다. 대구시는 2009년 2월에는 안동댐 쪽으로, 지난해 8월에는 구미 쪽으로 취수장 이전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거나 실패하고 있다. 이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대구시의 이 같은 행태는 광역지자체라는 덩치만 믿고 기초지자체를 가볍게 보는 ‘서툰 횡포’로 비친다.

구미 인구(41만 명)는 대구의 6분의 1 정도이지만 지역 총생산은 70조 원으로 대구의 2배가 넘고 수출은 330억 달러로 대구보다 6배가량이나 많다. 대구 인구는 거의 제자리지만 구미는 매년 1만 명가량 늘어 전국 최고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는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이런 측면을 무시한 채 ‘250만 대구시민의 건강권’만 외치는 것은 최소한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지금 대구시에 필요한 것은 취수장 이전이 되든 안 되든 새로운 소통방식을 고민하는 일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하고 “굴복해라”는 식으로 나오면 대구의 설 자리만 점점 좁아질 수 있다. 경북도청과 경북도의회에 ‘경북 대표도시 구미’에 대한 대구시의 이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는 것도 진지하게 돌아볼 점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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