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수급자 年20일 입원… 건보가입자보다 12배나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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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적을수록 병원에 많이 간다?’

최근 몇 년간 이 말은 사실이다. 지난해 저소득층 의료급여 수급자의 1인당 입원일수는 19.68일로 건강보험 가입자 1.62일의 12배였다. 의료급여 수급자 4명(3.8명) 중 1명은 1년에 하루 이상 병원에 입원한 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의료급여 및 건강보험 입원 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급여 수급자 167만 명의 총 입원일수는 3295만 일이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가입자 4724만 명은 7653만 일을 입원했다.

의료급여 제도는 생활이 어렵거나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린 국민을 위해 국가가 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입원할 때는 돈을 내지 않으며 외래진료를 받을 때에는 회당 1000∼2000원만 부담한다.

의료급여 수급자가 병원에 자주 입원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일단 노인이나 장애인이 많다. 전반적으로 건강 상태가 나쁠 수밖에 없다. 둘째, 의료비 부담이 없다 보니 과도하게 병의원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병원들은 정부에서 진료비를 받기 때문에 이들의 장기입원을 거부하지 않는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이지만 의료급여 보장률은 80∼90%이다. 가령 입원한 홀몸노인이 겨울철 머물 곳이 없어 퇴원을 미루는 식의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복지서비스를 통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쇼핑도 한다. A 씨(40)는 2009년 한 해 동안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25개 병원을 이용했다. 우울장애, 당뇨병성 다발신경병증, 상세불명의 기관지염 등으로 31곳의 병원을 더 다녔다. 처방받은 약은 연간 1만4674일 치였고, 진료비가 청구된 일수도 1만6066일에 달했다. 투약 약물은 무려 294종이었다.

1인당 진료비도 2006년 212만 원에서 2010년 289만 원으로 36%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의료급여기금’은 2010년 말 326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의료기관에 지급해야 할 진료비를 제때 지불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7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물리는 대신 건강생활유지비를 매달 6000원씩 지급하는 ‘의료급여 혁신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병원에 가는 횟수를 줄여 아껴 쓰면 본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원 의원은 “정부가 외래환자뿐 아니라 입원환자에게도 이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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