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낙농회… 줄줄 샌 우유값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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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수천만원 상품권
직원가족 병원비도 공금 지원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9100만 원?’

우유 가격 안정과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낙농진흥회가 방만 경영으로 오히려 소비자들의 우유값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흥회는 법인카드로 수천만 원의 상품권을 구입해 임원들에게 지급하는가 하면, 직원의 배우자 혹은 어머니의 병원비까지 진흥회 공금으로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진흥회는 원유(原乳)값에 포함되는 집유비(매일 농가 우유를 수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일부로 운영되는 만큼 결국 낙농가와 우유업계, 소비자 모두가 이 비용을 떠안아 온 셈이다.

낙농진흥회는 ‘낙농진흥법’에 의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원유가격 조정을 비롯해 낙농업 발전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회원은 낙농가와 우유회사 등이며 이사회는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과 낙농관련 학회, 소비자단체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1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정범구 의원(민주당)이 낙농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진흥회 임직원 24명의 평균 연봉은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를 합해 9100만 원에 달했다. 낙농진흥회 측은 “여기엔 4대 보험과 퇴직금이 포함된 것”이라며 “실제 연봉은 9000만 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진흥회는 법인카드도 ‘통 크게’ 썼다. 지난해에는 상품권을 구입한 뒤 임직원 20명에게 4차례에 걸쳐 1인당 총 155만 원어치를 지급했다. 올 상반기에도 법인카드로 45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생일에는 축하금 10만 원, 10년 근속 시에는 축하금 1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모가 돌아가신 직원에게도 20만 원의 조의금이 지급됐다.

선진 낙농산업을 보고 오겠다며 떠난 호주 출장에서도 공금은 줄줄 샜다. 출장 대상자가 아닌 이들이 출장을 다녀왔음에도 보고서는 대상자가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허위로 꾸며졌다. 또 참석자 중 한 명은 늦게 출발해 출장 일정을 거의 참가하지 못했는데도 숙박비, 식비 등은 모두 쓴 것으로 보고됐다.

정 의원은 “최근 원유값 파동에서 볼 수 있듯 낙농가의 영업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진흥회가 자신들의 사익만을 채운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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