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지자체 통합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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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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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면적 과소한 지역’ 등 행정개편위案 애매모호… 실효성 논란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고 기준 충족지역 30곳 넘어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가 7일 시군구 통합 기준을 발표했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위원회 출범으로 시군구 통합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날 발표에는 2009년 행정안전부가 추진했던 자율통합 기준과 별다를 게 없는 내용만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모호한 기준만 나열

이날 위원회는 통합을 위한 1차적 기준은 ‘인구나 면적이 과소한 지역’이라고 밝혔다. 인구나 면적이 전국 평균에 상당히 못 미치거나 최근 10년간 상당히 감소한 경우가 이에 속한다. 2차 기준으로는 ‘지형적 여건상 통합이 불가피한 지역’과 ‘생활·경제권이 분리돼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지역’, ‘역사·문화적으로 동질성이 큰 지역’, ‘통합으로 지역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지역’을 제시했다. 1, 2차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통합 대상이 된다. 다만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주민의 자율적 의지’가 있는 경우 시도지사를 통해 올해 12월 말까지 위원회에 통합 건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이 통합을 원할 경우에는 대표자가 투표권자 5% 이상 서명을 받아 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다. 지방의회와 단체장도 통합을 건의할 수 있다. 위원회는 연말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6월까지 구체적인 통합방안을 마련해 국회와 청와대에 보고한 뒤 지방의회 의견 청취 또는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확정짓기로 했다.

문제는 위원회의 기준을 적용하면 통합 대상이 너무 많아진다는 점이다. 1차 기준에 따라 인구가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시가 전체 73개 중 50개, 군이 86개 중 52개, 구가 69개 중 34개나 된다. 2차적 기준까지 충족하는 곳을 추려내면 30곳 이상이 대상이다. 결국 이 기준만으로는 통합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난다. 2009년 행정안전부가 6개 지역 16개 시군에서 자율통합을 추진했다가 창원 마산 진주만 통합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기준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현욱 위원장은 “인구와 면적을 구체적 수치로 정하지 않은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통합 의지를 제약할 수 있어 개략적으로만 기준을 정한 것”이라며 “행안부가 추진했던 것과는 달리 위원회가 통합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 ‘통합 권고’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통합 논의 어떻게 진행되나


그동안 통합 논의가 진행된 곳은 많았지만 정치적 이해와 지원 문제로 성사가 되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 전북도는 이날 위원회 발표 직후 “전주시와 완주군이 통합하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넛’ 형태의 동일 생활권인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이번 지방행정개편추진위의 지자체 통합기준 마련과 상관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통합을 공약했던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2009년 경기 남양주시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 선언에 못마땅해했던 구리시가 통합안에 찬성할지도 관심을 끈다. 동일 생활권이긴 하지만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 문제로 반대해 통합이 무산된 과천-의왕-안양-군포도 주민 생활 위주의 통합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수원권과 성남권의 경우 통합이 성사되면 광역시급으로 커지게 돼 경기도가 광역지자체의 권한을 크게 상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순천 여수 광양시도 같은 생활권이라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여수시가 통합에 소극적이어서 성사가 불투명하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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