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곽노현 교육감 구속영장 청구 강행…초강수 둔 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7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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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뒷돈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결국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다.

만일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에는 보복수사·표적수사 논란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검찰이 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속영장의 청구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재범을 할 우려가 있을 때, 또는 증거인멸을 시도할 공산이 있을 때 영장을 청구한다. 여기에 덧붙여 사안의 중대성도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곽 교육감의 경우 증거인멸 시도 우려가 주된 영장 청구 사유 중 하나다.

검찰은 수사 초기 곽 교육감 측이 돈을 건넨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2억원을 전달한 사실을 시인하는 등 수사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있어 증거 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곽 교육감 측은 지난달 26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체포된 직후에는 "돈이 오간 일이 없었고 있을 수도 없었다"며 돈을 건넨 사실을 부인하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나자마자 이런 것을 흘리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명기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고 돈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불과 이틀 만에 돈 전달 사실은 인정하고 대신 대가성을 부정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점에 비춰 구속수사를 하지 않으면 관련자들 사이에 입을 맞춰 계속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것이 자신의 측근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와 박 교수 동생 간의 사인 간 돈거래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차용증을 주고받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박 교수 동생 자택에서 강 교수가 박 교수 동생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내용으로 두 사람 명의로 작성된 차용증 12장을 찾아냈다.

검찰은 곽 교육감 측이 증거인멸을 시도하려 한 물증도 확보했으며, 이를 영장실질심사 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너간 돈이 2억원이나 된다는 점도 사안의 중대성을 놓고 볼 때 영장을 청구할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검찰은 통상의 범죄보다 선거사범 수사에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선거사범의 경우 100만원만 주고받아도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돈으로 상대 후보를 사퇴하게 해 민의를 왜곡시킨 중대 선거범죄"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의 1항2호를 준용한 점에 비춰보면 이미 구속된 박명기 교수와의 형평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의 입법취지는 매수된 쪽보다 매수한 쪽을 처벌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입법취지를 참작할 때 돈을 받은 박명기 교수가 구속된 이상 돈을 준 곽 교육감의 구속수사는 당연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곽 교육감 측은 한결같이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사실관계를 놓고도 다툴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시민·교육단체들도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은 자신의 입으로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사건 초기부터 주장한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며, 박명기 교수와의 형평성을 유지하려면 박 교수를 석방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이르면 9일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곽 교육감의 변호인이 심문 연기 요청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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