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구지원금 못주는 서울시교육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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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 피해 커 예비비로 부족”
강남 학교 신속지원과 대비

삼육재활학교 경기 광주시 분교 장애학생들이 학교를 잃게 생겼다. 폭우로 1층 전체가 물에 잠겼지만 예산 지원이 늦어 복구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서울 본교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이 관할한다.

이 학교의 유치원생과 초중고교 13개 학급 106명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여름방학을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학 이틀 전인 27일,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최승집 교장은 아이들을 점심만 먹이고 조기 귀가시키기로 했다. 통학버스는 오후 1시 학교를 출발했다. 그로부터 50분 뒤, 곤지암천이 범람했다. 5분 만에 학교 1층은 성인 턱밑까지(150cm) 물이 찼다.

피해가 난 다음 날 교육과학기술부 설동근 차관과 임승빈 서울시부교육감, 시교육청 실무진들이 학교를 방문했다. 설 차관은 임 부교육감에게 “개학(8월 24일)에 맞춰 학교가 복구될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수해를 입은 지 일주일이 지난 3일까지도 복구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최 교장은 “교육청에 지원금이 언제 나오느냐고 문의했더니 예산상 어려움이 있고, 지원금이 나와도 통상 2∼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다른 학교가 모두 개학할 때 우리 애들만 오갈 데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가 집계한 피해 규모는 약 12억 원. 외벽과 바닥은 물론 책상과 집기 등 13개 학급 전체가 복구대상이다. 재난으로 학교에 피해가 생기면 교과부가 재해복구 특별교부금을 지원한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교육청이 예비비로 먼저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2일 대곡초(강남구 대치동)와 양재초(서초구 양재동)에 예비비로 각각 3억 원과 수천만 원을 우선 지원했다.

문제는 삼육재활학교의 복구비가 워낙 크다는 점. 양기훈 시교육청 교육재정과장은 “삼육재활학교는 민간보험에 가입해 있고, 보험처리가 안 되는 시설이나 고가 집기류, 비품은 교육당국이 지원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정된 교육청 예비비로 선택과 집중을 하다 보니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학교를 우선 지원했다. 삼육재활학교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시교육청 예비비는 300억 원 정도.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비는 1년간 여기저기 쓸 데가 많다. 다른 수해 학교도 많아 삼육재활학교에 몰아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진오 삼육재활학교 행정실장은 “시교육청은 ‘보험으로 받을 금액을 제외하고 지원금을 신청하라’는데 우리가 가입한 보험은 화재보험이라 이번 피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육청이 지원해주지 않으면 난감하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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