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高 어깨 펴주자]“고졸 공무원 뽑아보니 현장상담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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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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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군 매년 1명씩 특채… “농촌 어르신들이 아주 좋아해”
강진-고흥-나주도 잇단 채용

22일 전남 보성군청 앞에서 보성실업고 출신 선후배 공무원 5명과 정종해 군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미선(23·2007년 임용), 정경화(20·2010년 임용), 선민식(19·2011년 임용), 정 군수, 김수희(22·2008년 임용), 선정휘 씨(21·2009년 임용)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성군 제공
22일 전남 보성군청 앞에서 보성실업고 출신 선후배 공무원 5명과 정종해 군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미선(23·2007년 임용), 정경화(20·2010년 임용), 선민식(19·2011년 임용), 정 군수, 김수희(22·2008년 임용), 선정휘 씨(21·2009년 임용)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보성군 제공
22일 낮 전남 보성군 문덕면사무소. 공무원 이미선 씨(23·여)가 농민 김모 씨(65)와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 씨는 “손녀딸 같은 어린 공무원이 쌀 직불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 귀에 쏙쏙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면사무소 직원 14명 가운데 유일한 고졸 출신이다. 채희설 면장은 “현장 상담은 고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며 “이 씨처럼 시골 어르신들께 얼마나 친절하게 대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7년 9월 보성군이 관내 특성화고(옛 실업고)인 보성실업고의 활성화와 녹차분야 전문공무원 양성을 위해 9급으로 특채했다. 보성실업고 차산업경영과를 졸업한 이 씨는 “고졸 출신이라고 해도 농사일 상담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지만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이버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보성군은 5년 전부터 매년 9급 농업직 공무원으로 보성실업고 졸업생을 1명씩 특채하고 있다. 이들 5명은 차산업경영과 55회에서 59회 졸업생으로 선후배 관계다. 이 씨는 공직경력 5년차 맏언니다. 올 4월경 특채된 막내 선민식 씨(19)는 웅치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정종해 보성군수는 “젊은이들이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2006년 고졸 출신 공무원 특채를 조례로 제정한 뒤 인재육성 효과는 물론이고 지역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성실업고 차산업경영과(옛 원예과·정원 24명)는 예전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지만 공직 특채 이후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전남 강진군도 2005년부터 올해까지 전남생명과학고 학생 6명을 농업이나 녹지(산림)직 9급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전남 고흥군도 2005년 고흥실업고 졸업생 2명을, 2008년에는 1명을 각각 뽑았다. 전남 나주시도 지난해 나주공고와 호남원예고 졸업생 2명을 기능 10급으로 선발했다.

2005년 지방공무원법 개정으로 고졸 출신을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전남지역 자치단체 공무원 1만9000여 명 가운데 고졸 출신 특채는 아직까지 1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올해 1월 전남지역 자치단체장에게 ‘고졸 특채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냈지만 장성군만 장성실업고 졸업생을 매년 1명 특채하겠다고 했을 뿐 나머지 지자체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선경 전남도교육청 직업교육담당 장학관은 “전남지역 특성화고 63개교 졸업생 7500명 가운데 한 해 2, 3명 정도만 공직에 특채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성화고 졸업생의 공직 특채가 활성화되면 우수 인재가 외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침체된 특성화고도 살릴 수 있는 등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보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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