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에 구청장이 모험을 걸 수는 없습니다.” 13일 오전 울산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김종훈 구청장이 고래생태체험장 조성 계획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고래생태체험장은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앞바다 일원 7만 m²(약 2만1200평)에 521억 원을 들여 ‘돌고래 바다목장’을 조성하는 사업. 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달 30일 용역보고회에서 목장 예정지는 돌고래 생육이 어렵고 경제성도 낮다고 밝혔다. 사업을 추진했던 정천석 전 구청장은 “몇 가지 부정적 요소가 있더라도 시설 규모를 변경해 추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효대 의원(울산 동)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래생태체험장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동구청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용역을 맡긴 것은 지난해 12월 13일. 올 4·27재선거를 통해 김 구청장이 취임하기 전인 정 전 구청장 시절이다. 게다가 남구 장생포에 고래박물관 등 고래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어 동구와 북구의 고래 관련 시설 투자는 중복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역시 4·27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성민 중구청장은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전임 조용수 구청장이 추진했던 청사 건립계획 백지화를 밝혔다. 그는 “(근무여건이 열악해)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구 재정이 어려워 청사 건립 계획을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청사 건립을 위해 조례까지 제정해 적립한 62억 원은 복지사업을 확대하는 데 쓴다. 부족한 사무공간은 청사 주차장을 활용할 예정이다.
전임 구청장이 기획한 사업에 대해 재정여건과 타당성을 꼼꼼히 살펴 처리한 두 구청장의 결단은 신선해 보인다. 물론 전임자의 업적을 저평가하려는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서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호화 청사를 짓고 타당성 검증도 없이 사업을 벌여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든 사례가 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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