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줄이랬더니… 대학들 ‘본고사型 적성검사’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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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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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학년 모의문제 분석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각 대학에 논술고사 비중을 줄이도록 한 가운데 일부 대학에서는 논술 대신 적성검사를 본고사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논술 비중을 줄인 대학들이 적성검사의 난도를 높여 우수 학생을 뽑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립대인 경북대는 당초 논술고사를 포함한 2012학년도 입학전형을 발표했으나 올해 초 정부의 논술 축소 지침이 내려온 뒤 수시모집에서 논술 대신 적성검사를 반영하기로 했다. 국립대 중 적성검사를 보는 대학은 경북대가 유일하다. 경북대 수시모집에서 적성검사 반영 비율은 총점의 80%다.

학원가에서는 경북대가 최근 공개한 적성검사 모의시험 문제를 본 뒤 “완전히 본고사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학원 관계자는 “1994년 대학 본고사 시절 문제 스타일과 거의 같다. 이대로 국립대가 아무 문제없이 올해 입시를 치르고 나면 많은 대학이 이런 본고사 형태의 적성검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적성검사는 언어지식, 논리력, 수학적 추론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객관식 문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경북대의 적성검사는 인문계의 경우 3개 지문이 출제됐으며 지문당 2, 3개의 문제가 나왔다. 각 문제는 ‘5줄 이내’라는 식으로 분량을 정하고 있어 일종의 서술형 주관식이다. 학원 관계자는 “난도가 까다로운 편이다. 논술을 볼 수 없게 된 경북대가 대구·경북권의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적성검사를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사실상의 본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수시에서 적성검사를 60∼70% 반영하는 경원대는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적성검사를 실시한다. 최근 공개한 2012학년도 적성검사 모의문제를 보면 수능과 유사한 문제가 대부분이다. 언어영역 안에는 사회, 역사 관련 지식을 묻는 문제를 네 문제 넣어 탐구영역 실력도 검증하고 있다.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이 주로 대학별 고사로 논술을 실시하는 반면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지난해 18곳에서 올해 22곳으로 늘었다.

수시에서 적성검사를 보는 전형은 내신성적이 부족한 학생들도 역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입시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최근 적성검사 비중이 늘면서 난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적성검사가 본고사와 비슷하게 출제되는 것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과부 대입제도 관계자는 “적성검사 출제 유형은 확인하지 못했다. 대학자율화 이후 각 대학과 대학교육협의회가 자율적으로 본고사는 치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대입 정책의 기조인 ‘3불 정책’(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금지)의 하나인 대학별 본고사에는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본고사로 간주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본고사를 규정한 지침이 따로 없어 본고사를 보는 대학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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