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중 유일하게 노동3권 가진 체신노조… ‘노사상생 배달’ 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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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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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노동단체의 집회가 적지 않게 열린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무원단체도 ‘빨간 조끼와 머리띠’를 두르고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게 대한민국 노동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단체행동권까지 보장받고 있으면서 단 한 번도 파업에 나서지 않은 공무원노동조합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격무 속에서도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집배원 중심의 ‘체신노조’다.

체신노조는 2005년 공무원노동조합법이 제정되기 훨씬 이전인 1958년 설립돼 노동 3권이 모두 보장되는 유일한 공무원노조다. 이항구 체신노조 위원장(57)은 “파업을 안 한다는 이유로 어용이라 보는 사람도 있다”며 “파업을 하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 대신 줄기찬 협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에는 정부에 1998년 외환위기 때 줄어든 인력 4000여 명을 충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신고도 하고 대국민 호소문을 작성하는 등 파업 직전까지만 수위를 높였고 결국 2003년부터 3년 동안 단계적으로 3000명을 증원하는 성과를 냈다.

체신노조는 사용자인 지식경제부 관료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때나 매년 실시하는 대의원대회에서도 모두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모인다. 자체 행사 때도 반정부단체들의 ‘민중의례’ 대신 반드시 국민의례를 따른다. 김철영 대외협력실장(51)은 “‘빨간 조끼’로 대표되는 민주노총식을 따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라며 “보기에 안정감을 주는 복장으로 진지하게 협상하니 임단협 성과도 좋다”고 말했다. 올해도 ‘당직비 인상’ ‘경영평가 상여금 예산 200% 확보 및 비정규직에게도 지급’ ‘별정우체국 직원에게 대우수당 지급’ 등 21건에 이르는 처우 개선을 이끌어 냈다.

그렇다고 노조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3562개 우체국에서 2만6543명이 근무하는데 매년 집배원이 배달 도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등 재해가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사망 2명, 중상 11명, 경상 162명이었다. 큰 피해지만 그나마 정부가 개선방안에 합의해 전년도의 사망 3명, 중상 150명, 경상 222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집배원 1명이 오토바이로 2500∼3000통의 우편물을 하루에 배달하는 격무가 낳은 결과. 이렇다 보니 청년들의 입사 희망도 줄었고 결국 직원 평균 연령이 47세 이르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체신노조는 사용자인 지경부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도 수시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정원을 늘리거나 새로운 직종을 만드는 일은 정부조직 개편과 다름없기 때문에 이를 관할하는 행안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체행동권이 있는 노조라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엉뚱한 정치적 요구가 없고 법 규정에 맞는 요구를 하기 때문에 협상 결과가 좋다”고 평가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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