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게이트]민주, 민정-정무수석에 의혹 화살… 靑 “본질 흐리려는 음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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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던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긴급 체포를 계기로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통상의 금융비리 사건이 아니라 청와대까지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몰아붙이겠다는 기세다. 청와대는 은 전 감사위원의 금품수수 의혹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청와대 로비설’엔 당당히 맞서겠다는 태도다.

○ 민주당의 창

민주당은 30일 김황식 국무총리,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총공세를 폈다.

민주당의 ‘저축은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첫 TF 회의에서 정진석 수석이 2004∼2008년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던 전력을 거론하며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은 삼화저축은행 인수합병 때문에 시작됐다. 사외이사였던 정 수석이 (구속 기소된) 신삼길 삼화 명예회장과 밀접한 관계였던 만큼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라”라고 주장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은 전 감사위원이 권재진 수석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권 수석을 겨냥했다. 특별히 근거를 대지는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공동 성명서를 통해 김황식 총리도 끌어들였다. 김 총리가 국회 답변 때 “감사원장 시절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오만 군데서 청탁을 받았다”고 말한 게 빌미가 됐다.

민주당의 총공세는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가속화하고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저축은행 피해가 큰 부산 경남의 민심 공략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 청와대의 방패

청와대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어떤 형태의 청탁도 들어준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중심이자 주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검찰 감사원 등) 다른 기관을 독려하는 것도 청와대로, 오히려 (수사과정과 저축은행 개혁에 대해) 응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당정청 수뇌부는 28일 조찬 회동 때 민주당이 요구하는 저축은행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수석과 정 수석은 개별적으로 적극 해명에 나섰다. 권 수석은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박모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와 30초가량 통화한 적이 있지만 저축은행 이야기를 꺼내기에 ‘내 업무가 아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면서 “청와대에서 저축은행 감사와 수사를 총괄하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는 내가 마치 로비를 받은 듯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3년 넘게 사외이사를 지냈으니 (신삼길 씨의) 얼굴도 알고 당시에 만난 적도 있다”며 “(신 씨는) 내가 아는 지인 수천 명 중 하나일 뿐인데도, 마치 무슨 의혹이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측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정 수석을 대놓고 공격하면서 (인수합병 사실이 없었다는) 기본을 못 챙겼다는 게 뭘 의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부산저축은행은 부산, 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 보해, 도민 등 7개의 저축은행을 갖고 있지만 삼화저축은행은 무관한 곳이다.

청와대 측은 하루 사이에 잇달아 나온 ‘청와대 로비설’은 로비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고의적인 음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뭔가 청와대를 물고 들어가야 얘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감사원 “일처리 방식 개선”

은 전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감사원은 신뢰 회복을 위해 직원 10여 명으로 TF를 구성하고, 내부 규정과 감사원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 방안에는 △감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나 로비를 받으면 즉시 감찰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감사원 직원의 ‘전관예우 재취업’을 금지하며 △감사원장의 대통령 수시보고 규정을 고치고 △감사위원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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