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가스 폭발사건, 인터넷에 떠도는 사제폭탄 제조법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3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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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에서 발견된 폭발물은 구조와 성분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두 곳에서 발견된 폭발물 잔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감식한 결과 동일한 가방과 부탄가스통 배터리 디지털타이머 전선 등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 전문가 소행은 아닌 듯

경찰에 따르면 폭발물이 담긴 가방은 20L짜리 등산용 배낭으로 같은 브랜드 제품이었다. 각각 국내 H사와 R사에서 생산한 디지털 타이머와 12V 배터리는 크롬 도금 철제발열체와 함께 전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타이머가 배터리 전원을 작동시켜 발열체에 전류를 공급하고 열을 발생시키는 식이다. 이 열기가 유리병 속에 담긴 화약에 닿아 화재를 일으켰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연소물 잔해에서 나온 화약은 염소산칼륨과 황 마그네슘 알루미늄 성분 등으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폭죽에 쓰이는 성분이다.

용의자 의도와 달리 양쪽 현장에서 모두 부탄가스통은 파열만 됐을 뿐 폭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자기 과시욕이 강한 비(非)전문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상준 서울지방경찰청 화재감식팀장은 "추후 모의실험 등을 통해 불발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폭발물이 발견된 장소 인근 폐쇄회로(CC) TV와 교통카드 이용내역 등을 토대로 인상착의와 이동 경로 등을 캐는 한편 가방과 타이머 배터리를 판매하는 업체를 탐문 중이다.

● 인터넷에 나도는 폭탄 제조법


이번 범행에 사용된 부탄가스 폭탄 제조법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서 얻은 정보로 폭발물을 만들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관련 검색이 차단돼 있거나 해당 게시물이 삭제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에서는 폭탄 만들기 제조법과 관련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구글에 영어로 '부탄가스 폭탄 만들기'라고 검색하자 이번 사건에서 쓰인 폭탄처럼 부탄가스를 이용해 만든 폭탄을 터뜨리는 동영상이 나왔다. 소녀로 보이는 동영상 속 인물이 부탄 가스통에 화약을 연결하고 알루미늄 호일로 싼 뒤 화약에 불을 붙이자 30초 만에 가스통이 '펑'하는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폭발한 가스통은 새카맣게 타고 종이조각처럼 찢겨졌다. 폭탄 재료도 인터넷에서는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168명이 사망한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사건에 쓰인 질산암모늄도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주문이 가능하다. 학교나 병의원 약국 등에 실험 목적으로만 판매할 뿐 개인에게는 팔지 않는다고 안내돼 있지만 별도 확인 절차가 없다. 누구나 문제없이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청계천 일대 화공약품상가에서도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위험 물질을 500g 한 병에 단돈 1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신분증 검사 등 신원 확인 절차도 없다.

한편 사제폭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13일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지하철2호선 역삼역 개찰구 근처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상자가 있다는 시민 신고가 들어와 경찰특공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로 50㎝, 세로 30㎝ 크기의 상자는 텅 빈 상태였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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