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환경부 제각각 시행… 산업계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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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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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비슷한 내용 많다는데…

2015년 도입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이 중복 추진돼 혼선이 일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란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후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고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내뿜는 기업은 줄인 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는 제도다.

○ 똑같은 사업, 두 부처 따로 추진

지식경제부는 “산업·발전부문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협약식을 11일 갖고 에너지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업체와 온실가스 시범사업 참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지경부에 따르면 올해는 67개 업체(172개 사업장)가 시범사업에 참가한다. 내년에는 372개 업체가 배출권거래제 도입(2015년 1월 1일) 전까지 시범적으로 온실가스를 사고팔게 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7월부터 시작된다”며 “4월부터 온실가스 배출업체들로부터 시범사업 참가 의향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 환경부가 이미 지난해 초부터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해왔다. 환경부 측은 “지난해부터 1월 23개 기업(3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라며 “참여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확정했으며 올해 내로 현금 거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중복 사업 하느라 업무량도 2배로

시범사업을 두 부처가 동시에 하다 보니 기업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부 업체는 “두 부처의 시범사업에 동시에 가입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에너지 발전 분야 사업을 하는 A업체는 지난해부터 환경부의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에 참가해왔지만 최근 지경부 시범사업에도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A업체 관계자는 “중복되는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건 부담되지만 환경부와 지경부 모두 업무와 관련된 부처이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두 부처의 시범사업은 △감축 초과 온실가스의 거래방식 △감축 기준 △인센티브 및 벌칙에서 약간의 차이(표 참조)를 보였지만 핵심 내용은 같았다.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B업체도 “부처별로 양식이 틀리니 같은 업무를 한 후 전부 다시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며 “인력은 한정돼 있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업체들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따른 손실 등 불확실성이 큰데 부처별로 시범사업을 하다 보니 정책 자체에 불신이 커졌다고 비판했다.

○ 시범사업부터 단일화해야

외국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은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됐다. 일본은 당초 환경성과 경제산업성이 별도로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2008년부터 두 사업을 합친 통합배출권 거래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유럽연합(EU)도 통합적으로 배출권거래제 1단계(시범사업)를 진행했다.

지경부는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 발생할 문제를 미리 검토하기 위해 시범사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나승식 기후변화정책과장은 “배출권거래제 도입 시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산업계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지경부로서는 제도 도입 전 선행조사와 검토, 자료 확보가 꼭 필요하다”며 “배출권거래제법의 세부 실행내용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부 측은 “전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적 시범사업이 돼야 시범사업의 성과가 본 제도에 제대로 반영된다”고 반박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미 지경부에 시범사업 통합에 대해 권고했지만 지경부는 독자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환경부는 녹색성장기본법상 탄소배출 규제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지경부는 기업들의 에너지와 온실가스 관리를 과거부터 해왔다는 점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 조홍식 서울대 법학부 교수는 “밥그릇 싸움 때문에 같은 일을 중복해서 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통합된 사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양 부처에 대한 조율에 들어갈 방침이다. 재정부 홍두선 신성장정책과장은 “각 사업을 상세히 분석한 후 정책조정권한을 발휘해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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