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값 최소 20%는 ‘뇌물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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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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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 리베이트 15억 등 22억 챙겨… 3명 구속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공급 창구 역할을 맡는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 직원들이 인쇄업체 등으로부터 15억 원의 뇌물과 7억여 원의 부당이득 등 총 22억여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인쇄업자들이 매출액의 20∼40%에 이르는 리베이트 가격을 원가에 반영해 교과서 가격을 올려 정부 구입 예산은 물론이고 교과서를 구입한 학생 및 학부모의 부담도 20% 이상 가중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인쇄값 부풀린 돈으로 술 파티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차맹기)는 17일 교과서 인쇄업체 등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 총무팀장 강모 씨(48) 등 법인 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모 씨(36)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 등은 2006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자교과서 납품업체, 교과서 인쇄업체 등 검정교과서 관련 거래처 65곳에서 약 15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2007년 4월∼2010년 12월 법인 창고에 보관된 용지를 빼돌려 시중가의 절반 정도에 팔아 6억6000만 원을 챙기고, 1억2600만 원 상당의 파지를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뇌물로 받은 돈을 자본으로 지난해 ‘대한에너텍’이라는 이름의 파지수거업체를 설립해 별도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강 씨 등은 로비로 받은 돈과 횡령 등으로 모은 돈을 차명계좌에 넣고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유흥비나 개인 주식투자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서울 강남의 단골 룸살롱에서 쓴 돈이 3년간 4억 원에 이른다”며 “자전거와 공기청정기 등 현물도 뇌물로 받았으며 업체에 유흥비와 해외여행 경비도 대납하게 했다”고 밝혔다.

○ 독점이 낳은 리베이트 관행


검찰조사 결과 강 씨 등은 교과서 인쇄업체와 전자교과서 납품업체에 매출액의 20∼40%를 사례비 명목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고교 검정교과서는 한국검정교과서가 선정한 업체만이 교과서 인쇄나 전자교과서를 납품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

검정교과서 인쇄비용은 조달청이 정한 가격에 따르게 돼 있지만 조달청은 인쇄단가를 정할 때 한국검정교과서가 책정한 시장가격을 참고한다. 결국 조달청 단가에 인쇄업체의 로비 비용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조달청이 정한 인쇄단가가 시중 인쇄비보다 비쌌던 것이 사실”이라며 “영문도 모른 채 비싼 인쇄비를 주고 교과서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불법복제 방지 장치가 달린 CD교과서는 한국검정교과서가 최대 40%까지 비싸게 사들인 후 직원들이 부풀린 액수만큼 업체로부터 돌려받는 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한국검정교과서에 대한 로비 관행이 인쇄나 CD 납품뿐 아니라 용지 구입이나 교과서 운반 등 검정교과서 관련 거래 전반에 퍼져있다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인쇄비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리베이트 비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실제보다 20% 이상 부풀려진 교과서 값은 고스란히 정부와 학부모에게 떠넘겨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른 업체의 뇌물 제공 및 다른 직원들의 연루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공소시효 때문에 2006년 이후의 비리만 적발했지만 한국검정교과서가 1982년에 설립된 이후 처음 받는 수사인 만큼 오래전부터 로비가 만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검정교과서는 교과서 공급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검정교과서 발행권을 가진 출판사들이 세운 비영리법인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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