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출제 안되던 낯선 시인, EBS 교재로 확실히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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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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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연계분석 [3]

《올해 발간된 교육방송(EBS) 교재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이 낯선 작품이 실렸다. 이러한 작품은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실릴 가능성이 높다. 수능과 EBS의 연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 따라서 낯선 작품을 꼼꼼히 학습해야 한다. 지난 호에 이어 낯선 현대시 작품을 살펴보자.》
조지훈과 김춘수는 교과서에 많이 언급된 작가다. 하지만 조지훈의 시 ‘동물원의 오후’와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은 쉽게 접하지 못한 낯선 작품이다.




시의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시적 화자는 어느 날의 오후(시간적 배경), 동물원(공간적 배경)에 있다. 동물원은 일반적으로 가족과 연인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에게 이 공간은 홀로 비애를 느끼는 장소다.

시간적 배경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시작되며 활기찬 느낌을 주는 오전이 아니라 하루가 저물어가는 하강 이미지를 가진 오후를 선택한 것. 이로 인해 어둡고 무기력한 느낌을 전달한다. 시적 화자는 해가 저물어가는 무렵 홀로 동물원에 서 있다. 시적 화자는 식민치하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의 비애와 망국민으로서의 서러움을 토로하며 슬픔과 분노를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마치 쇠창살에 갇힌 동물이라고 느끼는데 이는 자유를 잃은 식민 현실에 대한 시적 화자의 심리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순수한 생명의식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공간인 ‘샤갈의 마을’은 가상 세계다. 화가 샤갈의 그림인 ‘나와 마을’을 연상할 수도 있고 샤갈의 화풍인 초현실주의 작품 세계와 연결할 수도 있다.

이 시는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떠오르는 순수한 심상을 엮어냈다. 이는 김춘수의 1960년대 작품 경향과 연결된다. 시인은 당시 순수한 마음상태를 그대로 표현한 무의미시(혹은 절대시)를 추구했기 때문. 이 시의 ‘불’은 겨울열매를 익게 하고 마을에 봄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환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눈’ ‘새로 돋은 정맥’ ‘올리브빛’ 등의 이질적인 시어도 사용한다. 이는 모두 독자적인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순수하고 맑은 생명감이라는 공통적인 심상을 전달한다.

수능에 출제되지 않은 시인이면서 ‘EBS 수능특강’ 교재에 실린 작가도 여럿 있다. 최승호도 그러하다. 최승호는 시 ‘앙상함’에서 ‘앙상함도 존재의 한 방식이다./군더더기 없는/보석./알몸.’이라고 노래한다. 모든 열매를 다 내놓고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겨울나무의 알몸에서 시인은 성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문태준의 시 ‘가재미’는 암 투병 중인 가족에 대한 연민의 정을 담았다. 오규원의 시 ‘물증’은 현대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반성하는 내용. 수족관에 모습을 드러낸 폐어를 소재로 해 시상을 전개한다. 이는 폐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최승호의 시 ‘아마존 수족관’을 연상하게 하면서 현대인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감태준의 시 ‘철새’를 보자. ‘바람에 몇 번 뒤집힌 새는/바람 밑에서 놀고/겨울이 오고/겨울 뒤에서 더 큰 겨울이 오고 있었다.’라고 시작하는 이 시는 힘든 삶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향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시는 도시화 과정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안타까움을 노래한 김태준의 시 ‘서울특별시 고향구’와 연관된다.

오장환의 시 ‘황혼’을 보자. ‘어디를 가도 사람보다 일 잘하는 기계는 나날이 늘어나고, 나는 병든 사나이. 야윈 손을 들어 오랫동안 타태(墮怠)와, 무기력을 극진히 어루만졌다. 어두워지는 황혼 속에서, 아무도 보는 이 없는, 보이지 않는 황혼 속에서, 나는 힘없는 분노와 절망을 묻어 버린다.’ 이 시는 1930년대 후반 식민지 지식인이 겪는 무력감과 소외감을 황혼의 이미지와 연결시켰다. 시는 황혼의 어스름부터 밤이 밀려오기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시적 자아가 가로수에 가만히 기대서서 바라보는 거리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지식인의 무기력, 절망감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했다.

김광규의 시 ‘서울꿩’은 현대 문명의 그늘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도시민의 비애가 담겨있다. 이 시의 마지막은 이렇다. ‘이 삭막한 돌산에/갇혀버린 꿩들은/서울 시민들처럼/갑갑하게/시내에서 산다.’ 서울 도심의 개발제한구역에 사는 꿩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현대 도시문명의 비정함을 보여준다.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가 떠오르는 시다.

김광균의 시 ‘수철리’는 ‘한 줌 흙을 헤치고 나직-히 부르면 함박꽃처럼 눈뜰 것만 같애 서러운 생각이 옷소매에 숨었다’라며 죽은 누이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동생이 잠든 묘지 풍경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묘사했다. 혈육의 죽음과 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로 송수권의 시 ‘산문에 기대어’, 박목월의 시 ‘하관’, 정지용의 시 ‘유리창’과 그 맥을 같이한다.




박목월의 시 ‘모일’에는 빈곤한 삶이지만 만족하는 시적 화자가 등장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시적 화자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시인이란 낡은 모자’라는 표현은 시인으로서 화자의 생활이 꽤 오래됐다는 뜻. 하지만 화자의 생활 여건은 좀체 나아지지 않는다. 시인이라는 칭호도 때로는 짐스럽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머리가 젖지 않아 고맙다는 태도를 보인다. 김광균의 시 ‘노신’처럼 시인이 느끼는 생활의 고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허나’라는 접속어를 사용해 시상을 전환하고 삶에 대한 만족을 표현한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이시영의 시 ‘어머님의 손을 놓고’는 교과서에도 수록돼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는 시적 화자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화자는 매혈까지 하며 살아야하는 가난한 삶에 대한 울분을 토로한다. ‘파랗게 언 벼포기’와 ‘빈 들에 일렁이던 수수 그림자’는 어머니와 이별하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 ‘십 년 만에 주먹을 쥔’이라는 표현은 서울 생활 10년 동안 아무것도 갖지 못했음을 나타낸다. 그래서 화자는 지금 차가운 거리에 서 있다. 눈보라는 시적 화자에게 닥친 현실적 고난이자 화자의 치열한 대결 의식을 뜻한다.

이 외에 ‘EBS 수능특강’에 실린 미출제 작가의 작품으로는 기형도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 최하림의 ‘아침 시’, 문태준의 ‘맨발’ 등이 있다. 기출제 작가 중에서는 곽재구의 ‘귤동리 일박(一泊)’, 김소월의 ‘궁인창’이 낯선 작품이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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