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다” 대형스크린에 갈색 모래띠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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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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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 국가기상위성센터
황사 관측-예보 현장을 가다

《매년 봄마다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황사’. ‘그깟 모래먼지’ 라며 무시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국 사막화로 황사 발원지가 중국 서북부지역, 몽골 남부지역에서 만주지방까지 확대돼 국내 연간 황사발생일수는 1980년대 평균 3.9일에서 1990년대 7.7일, 2000년대 12.2일로 급증했다. 지난해 3월에는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농도(m³당 2712μg)를 기록했다. 충북 진천의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모든 황사를 예측하고 감시하는 곳이다.》

충북 진천군 국가기상위성센터에 설치된 대형 안테나. 이 안테나를 통해 천리안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받는다.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충북 진천군 국가기상위성센터에 설치된 대형 안테나. 이 안테나를 통해 천리안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받는다. 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4일 기자가 찾은 위성센터에서는 연구원들이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대형 스크린에 각종 날씨 정보가 올라오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 “작은 먼지 하나까지 감지하라”

위성센터 2층에 위치한 기상국 통합상황실에 들어가자 눈앞에 교실 칠판 5, 6개 이상을 합친 듯한 대형스크린과 수십 대의 컴퓨터가 보였다. 대형 스크린에는 한반도 주변의 각종 위성영상 자료가 비치고 있었다. 위성센터 연구원들은 자료 분석에 한창이었다.

“대기 흐름은 한반도로 황사가 유입될 모습입니다.” “현재 천리안 위성의 위치는 어디죠?” “지상으로부터 각도상 178도, 위도 0.02도, 경도 128.2….”

위성센터는 지난해 6월 발사된 천리안 위성이 보낸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한다. 천리안 위성 덕분에 국내 황사 탐지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천리안 위성은 정지궤도(Geo-synchronous Orbit) 위성으로 자전 주기와 동일한 공전주기로 움직이며 약 3만6000km 높이에서 지구를 관찰한다. 안명환 위성센터 위성기획팀장은 “과거에는 일본위성이 30분마다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했다”며 “독자적인 위성을 활용해 15분마다 관측이 가능해져 황사 발생과 이동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천리안은 지구 전체는 30분, 북반부 일대는 15분, 한반도는 8분에 한 번씩 관찰해 영상자료를 위성센터로 보냈다.

연구원들이 천리안 위성이 보낸 위성영상자료를 통해 향후 한반도를 덮칠 황사의 영역, 이동방향 등을 추적한다. 이날 영상에는 황사가 발생해 이동하는 모습이 빨간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로 이뤄진 띠 형태로 보였다. 천리안위성은 지구의 복사에너지를 이용해 황사를 파악한다. 즉 땅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하는 과정에서 공중에 떠 있는 황사로 일대가 주변지역과 온도 차이를 보이면 이를 확인해 황사 발생과 이동을 색깔로 표현하는 것이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기압배치를 보고 황사가 발원지에서 발생한 후 한반도까지 오는 시간을 분석한다.

“저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저기압으로 상승기류가 많아지면 그만큼 황사가 많이 휘날리게 됩니다. 위성으로 황사 발원지의 적설 여부를 파악해 황사 발원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합니다.”(정성래 위성센터 기상연구관)

황사 발원지의 복사에너지 차이를 분석해 적설이 얼마나 됐는지, 적설기간이 짧은지 긴지 등을 분석한다는 것. 황사가 햇빛을 반사시키는 양을 측정해 황사의 농도도 조사한다. 위성센터는 천리안 위성이 보낸 데이터뿐 아니라 미국의 테라위성 등 전 세계 12종의 위성이 보낸 영상정보를 종합해 황사를 분석했다. 여러 위성이 보낸 영상자료를 합성해 분석해보니 중국에서 한반도 쪽으로 휘날리고 있는 듯한 갈색의 모래 띠가 보였다.

○ 사막화 심해져 갈수록 황사 잦아


기상청은 황사가 2시간 이상 m³당 400μg의 농도로 지속되면 ‘황사주의보’를, 800μg 이상이면 ‘황사경보’를 발효한다. 하지만 단순히 천리안위성이 보낸 영상자료만을 토대로 특보가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위성센터가 기상청에 영상자료를 전송하면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에서 보내온 사람이 눈으로 관측한 황사일기도, 중국 기상조건, 한반도 일대 기압배치, 기류의 흐름 등의 데이터와 합친 후 기상예보관의 종합분석을 거쳐 황사특보를 내린다.

올봄에는 황사가 얼마나 올까? 최근 황사 발원지가 무척 건조한 상태다. 중국 북부지방에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4월과 5월 중 강한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단 바람의 영향으로 황사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을 수 있다.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은 “중국에서 아무리 많은 황사가 발생해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중국 남쪽, 만주 북쪽, 북한 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황사는 봄뿐만 아니라 여름을 제외한 가을 겨울에도 발생하는 추세로 향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황사발생 총 15일 중 53%(8일)가 가을과 겨울에 발생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황허(黃河) 강 상류와 중류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지만 2000년대부터 동쪽에 위치한 네이멍구(內蒙古)고원 부근에서 발원한 황사도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황사 발원지가 동쪽으로 확대돼 한반도에 더 가까워졌고 강도도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진천=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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