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강남구 삼성동 어르신 전용 ‘늘 푸른 카페’ 가보니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젊은애들 눈치 안보며 커피향 즐겨요”

만 60세 이상만 갈 수 있는 ‘어르신 전용 카페’가 서울시내에 처음 생겼다. 13일 오전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치매지원센터 2층에 있는 ‘늘 푸른 카페’에선 10여 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남구 제공
만 60세 이상만 갈 수 있는 ‘어르신 전용 카페’가 서울시내에 처음 생겼다. 13일 오전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치매지원센터 2층에 있는 ‘늘 푸른 카페’에선 10여 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남구 제공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의 음악이 흐른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테라스에서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어느 CF에 나오는 ‘한 잔의 여유’.

겉모습은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일반 카페와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다. 13일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늘 푸른 카페’에는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10여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앉아 여생을 즐기고 있었다.

○ 서울에 처음 생긴 어르신 카페


강남구 삼성동 ‘강남구치매지원센터’ 2층에 위치한 늘 푸른 카페는 만 60세 이상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서울시내에서 처음 생긴 ‘어르신 전용 카페’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젊은층을 겨냥한 커피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강남구가 노인 치매 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치매지원센터 내 세미나실을 개조해 20석 규모의 카페를 만들었다.

남편과 자주 카페에 온다는 고혜정 씨(60·강남구 역삼동)는 “남편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동안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며 “집에서는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 볼까’ ‘산책은 어때’ 등 연애 시절에 했던 대화를 나누며 젊은 시절 기분도 냈다. 친구들과 이곳을 찾는다는 강계희 씨(61·강남구 대치동)는 “아무리 늙어도 ‘영감님 소굴’이라 불리는 담배 냄새 가득한 지하 다방은 가기 싫었다”며 이곳을 찾은 이유를 말했다.

권춘자 씨(70·대치동)는 “자녀는 모두 결혼해 분가했고 남편은 친구를 만난다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다”며 “집에 혼자 남아 TV만 보자니 너무 우울해 갈 곳을 찾다가 이런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와 봤다”고 말했다. 권 씨는 “카페는 많았지만 주로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곳에서는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 “당신은 늙지 않았습니다”


늘 푸른 카페의 운영 방침은 ‘고품격’. 음악은 트로트가 아닌 클래식과 뉴에이지 등 차분한 음악을 틀고 한 달에 한 번 있는 공연 역시 예술의전당 같은 공연장에서 볼 법한 퓨전 음악 연주회를 마련한다. 카페를 운영하는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카페를 넘어 복합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젊음’이다. 메뉴 7개 중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헤이즐넛 카푸치노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커피 관련 메뉴가 4개로 절반이 넘는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손님들이 둥굴레차 녹차 메밀차 등 전통차보다 서구식 커피 메뉴를 더 선호해 커피 메뉴를 늘렸고 원두도 커피 전문점에서 직접 들여왔다”고 말했다.

‘젊음 지향’은 손님들 옷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젊게 보이는 옷을 입고 나왔다”는 권 씨는 “딸이 사줬다”며 아이돌 스타들이 들 법한 검은색 ‘페이턴트(광택 나는 소재) 가죽’ 가방을 자랑했다. 설립 초기라 카페 메뉴가 다양하지 않은 점,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점 등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