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존을 향해]그래도 나눔의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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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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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크든 작든 기부 포함한 사회봉사”… ‘노블레스 오블리주’ 점차 자리 잡아가

‘공존’ 점수 낙제점, ‘공정’ 점수도 낙제점, 믿을 만한 지도층은 없다,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지만 일부 항목에서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응답자 상당수는 현재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기부를 포함한 사회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었다. 지역 때문에 상대방을 기피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며 중·상류층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리 잡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 국민 5명 중 3명 “내 지위에 만족”

“우리 사회의 공정, 공존은 낙제점”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만큼 ‘현재 본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만족도’도 당연히 낮게 나왔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응답자들의 63.3%가 현재 자신의 지위에 대해 ‘매우 만족’(3.6%)하거나 ‘만족한다’(59.7%)고 대답했다. ‘만족하지 않는다’(28.1%),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6.3%)도 있었으나 만족한다는 응답이 두 배가량 많았다.

다만 직업과 소득, 학력, 연령에 따라 만족도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73.2%)와 40대(67.1%)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72.7%)와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인 학생(79.4%)의 만족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별로는 월수입 401만 원 이상(77.1%)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학력별로는 대학 재학 이상(70.9%)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블루칼라(43.6%), 월수입 200만 원 이하(45.9%), 중졸 이하(49.2%)의 만족도가 낮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간의 공존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사회적 계층 상승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8.3%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부분 계층에서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응답이 나온 것이다. 대부분 계층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온 가운데 20대, 화이트칼라, 월 401만 원 이상 소득자, 대학 재학 이상 고학력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응답한 19.3% 가운데 45.1%는 계층 이동이 어려운 이유로 ‘사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을 꼽았으며 ‘부모의 도움 없이는 출세할 수 없기 때문’(18.5%), ‘내가 부모보다 뛰어나지 않아서’(7.9%), ‘좋은 직장은 부모를 보고 뽑기 때문’(7.1%) 등의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응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계층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선 ‘소득 수준’(28.8%)과 ‘자신의 노력’(28.6%)이라는 응답이 ‘타고난 가정환경’(14%)이나 ‘학력이나 학벌’(14.2%)보다 높게 나타났다. ‘부의 세습’이라는 표현이 일부 비관론자에게는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 저변에서는 ‘자수성가(自手成家)’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스스로 노력하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다’는 대다수의 응답과 별개로 ‘계층 결정 시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는 64.1%가 ‘크다’고 답했다. ‘스스로의 노력’ 못지않게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영향력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정환경 및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응답은 20대 이하, 대도시 거주자, 대학 재학 이상 고학력자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작다’(32.3%)는 응답은 50대 이상, 소도시 거주자, 월수입 200만 원 이하, 중졸 이하 저학력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계층간 시각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젊은층일수록 지역감정 잘 몰라”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지역감정’에 대해서도 이번 조사에서 희망적인 결과가 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특정 지역 출신을 기피하거나 싫어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대다수가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이나 무시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50대 이상이 32.2%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40대(26.4%), 30대(24.2%), 20대(17.3%) 순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지역감정이 퇴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지역은 대전·충청이 73.7%로 가장 높았으며 부산·울산·경남(73.3%), 대구·경북(72.8%), 인천·경기(72.7%) 등도 70%를 웃돌았다. 그동안 뿌리 깊은 공존 저해요인이었던 지역감정, 지역차별이 세대가 거듭날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공존을 향한 희망이자 상징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기부 등 사회봉사에 관심”

최근 일부 사회봉사단체의 도덕적 해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대다수는 알게 모르게, 크고 작게 기부 및 사회봉사활동을 활발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9%가 ‘현재 기부를 포함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월간 사회봉사활동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10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0.8%, ‘5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 1.9%, ‘20만 원 이상 50만 원 미만’ 5.4%, ‘10만 원 이상 20만 원 미만’ 6.7%, ‘1만 원 이상 10만 원 미만’ 28%, ‘1만 원 미만’은 23.5%였다.

기증이나 기부가 우리 사회 공존의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라고 할 때, 공존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의미의 조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도층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나타난 사실을 고려해보면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코리아리서치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소득, 고학력층의 참여율이 저소득, 저학력층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다양한 계층이 많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사교육 문제 있지만 시키고 싶다” 38.9% ▼

계층간 위화감 조성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과도한 사교육 열풍에 대해 응답자의 38.9%는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기회가 되면 시킬 것이다’라고 답했다. ‘능력에 따른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26.6%였다. ‘나도 시키겠다’거나 ‘문제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합하면 전체의 65.5%였다. ‘가진 자들의 사치스러운 행위로 잘못된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은 30.3%였다. 코리아리서치 관계자는 “사교육 열풍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키겠다거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65.5%는 대부분 자녀교육 문제에 당면한 계층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과도한 사교육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50대 이상, 월수입 200만 원 이하, 중졸 이하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기회가 되면 시키겠다’는 반응은 30∼40대 연령층, 화이트칼라 등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많이 나타났다.

자녀를 위해, 혹은 사업상의 이유로 교사나 공무원 거래업체 관계자 등에게 촌지를 주거나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83.4%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40∼50대 이상, 월수입 401만 원 이상에서는 촌지 수수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40대는 24.1%, 50대 이상은 24.6%, 월수입 401만 원 이상에서는 26.5%가 촌지 수수 경험이 있다고 답해 자녀 교육 등 현실 문제에 맞닥뜨린 계층에서는 적지 않은 촌지가 오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가 있는 응답자는 22.1%, 없는 응답자는 8%가 촌지 수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답해 눈길을 끌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기러기 가족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33.9%가 ‘그렇다’, 63.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과도한 사교육 열풍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시키겠다’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던 데 비해 기러기 가족에 대해서는 다수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한국의 교육환경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팀

이광표 팀장(문화부 차장)

황장석 기자(정치부)

우정렬 기자(산업부)

나성엽 기자(경제부)

김범석 기자(사회부)

박재명 기자(사회부)

염희진 기자(국제부)

신진우 기자(스포츠레저부)

정세진 기자(인력개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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