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구두 한 켤레 닦을 때마다 이웃사랑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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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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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둣방에 돼지저금통’ 광주 김주술씨 부부

“가난한 집 아이들 돕고 싶어요” 광주 서구 양동시장 주차장 귀퉁이의 신세계구둣방에서 김주술 씨 부부가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김 씨 부부 앞에는 결식아동들을 위한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가난한 집 아이들 돕고 싶어요” 광주 서구 양동시장 주차장 귀퉁이의 신세계구둣방에서 김주술 씨 부부가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김 씨 부부 앞에는 결식아동들을 위한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14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 주차장 귀퉁이에 자리 잡은 신세계구둣방. 7m²(약 2평)의 조립식 건물 안에서 김주술 씨(56·광주 북구 용봉동)와 최영심 씨(57) 부부가 열심히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신발이 놓여 있는 좁은 진열대 앞에는 붉은 색 돼지저금통이 놓여 있다. 김 씨는 “빈곤층 아동들을 돕기 위해 2005년부터 수익금의 10∼20%를 저축하고 있다”면서 “일부 손님들은 돼지저금통에 몇만 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며 밝게 웃었다.

김 씨는 지난달 26일 현금 92만5750원이 든 13번째 돼지저금통을 광주 북구청에 기부했다. 5년여 동안 북구청 등에 612만210원을 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할 때는 20만∼30만 원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기부액이 늘고 있다.

현재 구둣방에 놓여 있는 돼지저금통은 14번째로 3, 4개월 뒤 배가 부르면 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항상 돼지저금통을 개봉하지 않고 구청 공무원들에게 그대로 가져가게 한다. 자신도 경제적으로 곤란한 처지에서 현금을 보면 견물생심이 될 것 같아서다.

김 씨는 17세 때부터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1998년까지는 잘나가는 제화점 사장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4년 동안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다. 이후 신세계구둣방을 차려 생계를 잇고 있다.

김 씨 부부의 선행이 사랑의 바이러스로 번지고 있다. 광주지역 다른 구둣방 두 곳도 기부에 동참하기 위해 돼지저금통에 저축을 하고 있다. 또 다른 구둣방들은 김 씨 부부에게 수선할 신발을 맡기고 있다. 실력이 뛰어난 데다 소리 없는 선행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구둣방을 하는 동안 가난한 집 아이들을 위해 돼지저금통을 계속 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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