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5000원 짜리 카페라테, 왜 미국선 3000원 밖에 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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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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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재미있다! 명품교사의 명품열강

울산 홍명고 학생들이 볼펜뚜껑을 이용해 효소의 특징을 이해하는 박세환 교사의 생물수업을 듣고 있다.
울산 홍명고 학생들이 볼펜뚜껑을 이용해 효소의 특징을 이해하는 박세환 교사의 생물수업을 듣고 있다.
《울산 홍명고 2학년 생물 수업시간. 박세환 생물교사는 학생들에게 조그만 분필 조각을 나누어 주며 “두 개로 쪼개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양 손으로 분필 끝을 잡고 쪼개보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박 교사는 맨 앞의 학생이 든 분필의 한쪽에 볼펜 뚜껑을 끼워주면서 다시 쪼개어 보라고 했다. ‘또각’. 분필은 쉽게 부러졌다. 생물시간에 웬 분필 쪼개기? 장난이 아니다. 기발한 수업방식이다. 박 교사는 곧 “분필을 부러뜨리는 과정에서 볼펜 뚜껑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효소”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의 분필조각은 ‘반응물질’, 쪼개진 분필조각은 ‘생성물질’, 볼펜뚜껑은 ‘효소’에 비유했다. “큰 분필이 가지는 에너지는 작은 분필 두 조각이 가지는 에너지의 합보다 커. 그래서 물질이 분해 될 때는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발열반응이 일어나는 거야. 분필을 쪼개기 위해선 외부에서 주어지는 일정크기 이상의 힘이 필요한데, 이 힘을 ‘활성화 에너지’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지. 그냥 분필을 쪼갤 때는 힘(활성화 에너지)이 많이 필요하지만 볼펜뚜껑(효소)을 사용하면 활성화 에너지가 낮아져 반응이 쉽게 일어난단다.”(박 교사)》
밤늦게까지 학원 수업을 받고 이튿날 학교수업에선 엎드려 자는 학생들의 모습 앞에 교사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공교육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톡톡 튀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개발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들이 있는 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수업방법을 고안해 학생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교사들이 있는 현장으로 가보자.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족, 생물수업에 출현하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좀더 쉽게 생물개념을 알려줄 방법을 고민하다 생활 속 사물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시간을 생물공부에 투자하고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낙담하는 학생들을 보기 안타까워 고안한 방식”이라며 “처음엔 생물을 어려워하던 학생이 성적이 올랐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박 교사는 많은 남학생이 즐겨하는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 속 개념을 활용하기도 한다. ‘교감신경’과 ‘아드레날린 분비’를 설명할 때는 게임 속 ‘저그’ 족(族)의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 개념을 빌린다. 저그 족은 아드레날린 업그레이드가 되면 흥분 상태가 되어 활동이 활발해진다. 교감신경을 자극받아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의 인간과 비슷한 모습. 그는 또 게임의 캐릭터와 현실 속 인간을 비교하며 학생들이 흔히들 헷갈려 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개념을 설명한다. 이 학교 2학년 이민형 군(17)은 “게임에서 친숙한 캐릭터나 개념을 통해 생물학 원리를 배우니 이해와 암기가 훨씬 빠르다”고 했다.

서울 하나고 김한승 사회교사도 게임이나 만화에서 소재를 찾아 경제원리에 적용해 설명한다. 예컨대 ‘소비가능곡선’을 가르칠 때는 스타크래프트 유닛(게임상의 병력)의 한 종류인 ‘마린’과 ‘SCV’를 각각 X축과 Y축으로 둔 뒤 이들 유닛을 구매할 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학생들이 직접 소비가능곡선을 그려보도록 한다. 학생들이 소비가능곡선의 의미를 이해하면, 이번엔 마린과 SCV를 각각 일반재를 뜻하는 ‘X재’ ‘Y재’로 바꾸어 소비가능곡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재화의 종류를 설명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게임을 소재로 소비가능곡선의 의미를 이미 정확하고 충분하게 이해했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로 응용을 해도 흥미를 잃지 않고 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돌발퀴즈, 수업 집중도를 높이다
서울 용화여고 정규희 사회교사가 ‘독서퀴즈’에 활용하는 커피 그림.
서울 용화여고 정규희 사회교사가 ‘독서퀴즈’에 활용하는 커피 그림.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과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돌발퀴즈를 활용하는 교사들도 있다. 경기 양서고 전철 수학교사가 대표적인 경우.

전 교사는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도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재미난 퀴즈를 준비한다. 수업분위기 조성을 위해 ‘성냥개비 여섯 개로 정삼각형 네 개를 만드는 방법’을 퀴즈로 내는 식. 때론 수학교구를 준비해 와서 칠판에 세 쌍의 사람 그림을 붙여두고 ‘옆으로 가거나 사람 하나만을 건너 뛸 수 있다는 규칙으로 왼쪽과 오른쪽의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최소 회수’를 찾는 문제를 내는 것. 그리고 나서 이것이 이차함수와 논리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전 교사는 “지난해 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사 수업평가 설문조사에서 ‘만족’이 76.0%, ‘보통’까지 포함하면 96.4%가 나왔다”면서 “퀴즈 외에도 수학사나 유명한 일화를 들려주면서 수학이 딱딱하지만은 않은 학문임을 학생 스스로 깨닫게 하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 용화여고 정규희 사회교사는 ‘독서퀴즈’를 고안해냈다. 학생들의 독서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교과지식도 전달하자는 취지. 그는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단답식으로 묻는 것보다는 관련 배경을 설명하며 우회적으로 질문할 때 수업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자신이 읽은 다양한 관련 서적의 내용을 변형해 퀴즈로 만들기 시작했다.

무역 및 교역, 이윤 등의 개념을 가르칠 땐 팀 하포드의 책 ‘경제학 콘서트’를 변형해 만든 퀴즈를 활용했다. 여고생에게 친숙한 한 커피 전문점의 커피그림을 파워 포인트로 띄워놓고는 “우리나라에선 5000원이 넘는 카페라테 한 잔이 왜 미국에선 2.55달러, 약 3000원에 팔릴까?”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것은 정당할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저마다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윤 획득의 정당성’에 대해 300자 분량의 의견을 써내는 과제에도 적극적이었다.

정 교사는 “퀴즈를 통한 수업은 학생들이 따분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지식과 개념을 실감나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실생활과 관련한 퀴즈 내용에 흥미를 느낀 일부 학생들은 수업에서 활용된 책을 도서관에서 직접 빌려 읽는 등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이어간다”고 전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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