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 씨 소년원서 ‘특별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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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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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뒷모습을 찍었어요?”
“밖을 향한 자유를 표현했어요”

23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서울소년원)를 찾은 사진작가 조세현 씨(오른쪽)가 10대 학생들을 위해 특별강연을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조 씨를 명예강사로 초빙해 열린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이 조 씨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 의왕=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23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서울소년원)를 찾은 사진작가 조세현 씨(오른쪽)가 10대 학생들을 위해 특별강연을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조 씨를 명예강사로 초빙해 열린 이날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이 조 씨 설명을 집중해서 듣고 있다. 의왕=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짧게 깎은 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두 손은 주머니에 푹 쑤셔 넣었다. 표정 없는 얼굴이 10대 후반의 나이치고는 험상궂어 보인다. 조용한 교실에 사진작가 조세현 씨(52)가 들어서자 무표정하던 학생들의 눈빛이 금세 반짝거린다. 23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서울소년원)에서는 특별한 사진 수업이 열렸다. 전국의 교정시설에 강사를 보내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조 작가를 2주간 명예교사로 초빙한 것.

“자, 그럼 지난주에 내준 과제부터 살펴볼까요?” 13명의 학생이 각자 친구의 얼굴을 찍은 인물 사진을 꺼내 놓았다. “이 사진은 뒷모습을 찍었네요. 왜 정면을 찍지 않았죠?” 한 학생이 수줍게 대답했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어요. 주제가 ‘자유’라고나 할까요.” 조 작가는 “소년원 학생들은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투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을 어려워하게 마련인데, 학생들이 사진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려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왜 인물을 가운데가 아닌 한쪽에 두고 찍어 공간을 많이 남겼나요?” 사진을 전공해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한 학생이 일어나 답변했다. “사진에 여운을 주고 싶었습니다. 사진 속의 인물 옆에 뻥 뚫린 공간을 보면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학생의 사진을 보며 조 작가는 연방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학생 이름은 꼭 기억해둬야겠네요. 나중에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수 있겠어요.”

다른 사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 학생이 찍은 인물 사진을 보고 조 작가는 “사진을 실물보다 못하게 찍었다”며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은 누구나 실물보다 멋있게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 역시 피사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 해야 하지 않겠어요?” 조 작가는 사진이 세상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고 아름다운 면을 보려는 ‘긍정적인 눈’을 갖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학생들에게도 카메라는 ‘긍정의 눈’이 됐다. 이들은 친구의 웃는 모습을 찍고,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 소년원 복도에 걸어뒀다.

스튜디오로 장소를 옮겨 조 작가가 모델이 됐다. “저를 한번 찍어보세요. 좋은 인물 사진을 찍는 첫 번째 조건은 모델과 눈높이를 맞추는 겁니다.” 학생들은 무릎을 굽혀가며 사진을 찍었다. 조명과 구도에 대한 조 작가의 비법 전수가 이어졌다. “여러분도 열심히 하면 사진으로 대학을 가고 언젠가는 근사한 사진관을 차릴 수도 있을 겁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학생들의 표정은 이전과 다르게 밝아져 있었다. 조 작가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김치’ 하며 활짝 웃었다.

의왕=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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