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외고로? 일반고로?… 속이 바짝바짝 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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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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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중3 엄마들… “외고 메리트 이젠 별로!” vs “그래도 외고!”

《서울지역 외국어고 입시 원서접수가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요즘 예비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외고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다. 학부모들의 고민과 갈등은 외고 안팎의 두 가지 변화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선발방식의 변화에 따른 불안이다. 올해부터 외고는 중2, 3학년 영어 내신만으로 모집정원의 1.5∼2배수를 걸러낸 뒤 면접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전 과목에 걸쳐 실력이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이 불확실하다면 과거 외고의 명성이 사그라지는 건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대입에서 외고의 위상 변화다. 최근 발표된 연세대 수시1차의 글로벌리더, 언더우드국제전형 합격자 명단을 본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학부모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대원외고는 지난해 합격생의 3분의 1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올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도 마찬가지. 용인외고는 지난해 두 전형에서 25명을 합격시켰는데 올해는 8명으로 줄었다.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이른바 ‘외고 우대전형’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학부모를 갈등에 빠지게 했다.

서울지역 외고 지원을 열흘 앞두고 갈등하는 학부모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고를 고집하는 이유와 그토록 꿈꾸던 외고를 포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자.》

목동 엄마
“주변에 딸 보낼 괜찮은 일반고가 없어서”


‘외고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외고에 지원하려는 학부모들은 “그래도 외고가 일반고보다 여러모로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최상위권 중3 딸을 둔 주부 김모 씨(42·서울 양천구 목동)는 단도직입적으로 “인근에 아이를 보낼 만한 일반고가 없어서 외고에 지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 지역의 몇몇 남자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실적이 좋은 데 비해 눈에 띄는 여고가 없다는 것.

그는 “지난해 고교선택제에서 높은 경쟁률을 보인 한가람고(남녀공학)는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되고 목동 일대 아이들이 아닌 타 지역 학생이 유입되다 보니 학력수준이 떨어졌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수시에서 외고가 몰락한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 씨는 수시 2차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른 정시 결과가 나오면 예전의 외고 입시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학부모는 올해부터 외고의 선발효과가 줄어든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학부모 박모 씨(45·여·서울 양천구 목동)는 “전교 등수는 상위권이 아닌데 영어 한 과목만 잘해서 상위권 외고에 지원하겠다는 아이들이 늘었다”면서 “외고에선 내신 잘 받기가 정말 힘들다던데 이런 학생들이 진학하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높은 내신 받기가 지금보다 쉬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치동 엄마
“외고 자체를 질타하는 분위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최근 이 학교의 과학고, 민족사관고와 용인외고 합격자 발표를 보고 크게 놀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정도로 합격생이 준 것.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외고 진학을 목표로 하다 일반고로 전환한 학부모가 많다. 주부 이모 씨(40·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니 외고에 보내면 사회적으로 욕먹는 분위기”라면서 “강남지역은 전통적인 명문 일반고가 있는 만큼 외고를 반드시 고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보자. 강남지역 중학교에서 전교 30등 정도를 하는 남학생이라면 민족사관고나 용인외고, 대원외고 등 상위권 특목고 합격권에 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썼다가 떨어지면 원하지 않는 고교에 배정될 수 있는 만큼 휘문고, 중동고와 같은 지역별로 모집하는 자율형사립고를 노리겠다는 것.

전교 최상위권인 중3 딸이 있는 주부 박모 씨(41·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외고의 선발방식에 불만이 컸다. 학교 공부를 잘해왔던 딸이 2학기 중간고사 서술형평가에서 실수로 점수가 깎였다. 단 1점이 깎였는데 2등급이 된 딸은 성적을 확인한 날 펑펑 울었다고. 초등생 때부터 외고만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외고에 ‘올 1등급(중2,3 총 4학기)’이 몰린다면 1차 합격이 불투명해지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박 씨는 “강북지역은 시험문제가 비교적 쉽거나 1등급이 많을 것 같아 1차 전형에서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육특구 엄마
“일반고가 서울대 가긴 더 좋지 않나요?”


외고 포기를 두고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신’이다. 대입 수시모집이 확대되는 만큼 상위권 대학에 가려면 수시를 공략해야 한다. 수시에선 우수한 내신 성적이 경쟁력. 아들이 중3인 학부모 조모 씨(44·여·서울 성북구)는 “외고는 입학하는 순간 내신 때문에 서울대 진학의 꿈은 접는 분위기라고 들었다”면서 “고려대나 연세대 수시를 기대했는데 최근 뉴스를 보니 더욱 암담해 외고 진학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일반고에서 최상위권 내신 성적으로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서울대에 진학한 학생사례가 마음의 갈등을 일으킨다고. 그림자도 있다. 조 씨는 “일반고에서 서울대에 가는 게 쉬워지지만 과정은 외롭다고 들었다”면서 “학업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 가운데 아이가 버텨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이과 성향이 강한 학부모도 외고 지원을 두고 고민한다. 고2인 큰 아이가 서울지역 외고에 다닌다는 한 학부모는 “큰아이 때만 해도 외고에서 공공연히 이과반을 따로 만들어 과외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고 몇몇 외고는 ‘이과반 잘 밀어준다’는 소문도 있었다”면서 “외고에서 실시하는 설명회에 가보니 올해부터는 이런 관행이 싹 없어질 뿐 아니라 외국어 수업시수가 늘어 이과 공부와 학교공부를 병행하기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중3인데 영어보다는 수학, 과학을 좋아해서 외고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면서 “큰아이를 보낼 때처럼 한 반에 10명씩 외고 쓰겠다고 하던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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