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마음에서 우러난 봉사활동 입학사정관 사로잡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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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스펙으로 大入성공… 두 대학생의 체험기
“학업과 병행하며 스펙쌓기 진정에서 우러났기에 가능
면접도 예의바른 태도로 하고 싶은 말 자신있게 해”


《마산제일고 학생들은 인근 주민에게 예의가 바르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어른을 만나면 “반갑습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한다. 교사, 경비원, 급식 보조원, 학부모 등 대상엔 예외가 없다. 서울지역 사립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최근 마산제일고를 방문해 학생들의 이런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인성이란 말이나 글로는 느낄 수 없다. 평소 언행을 통해 느껴진다”면서 “학교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비슷한 학업성적의 지원자라면 이 학교 학생을 믿고 선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 배재한 군(18)은 “중학교 때는 선생님을 봐도 본척만척 하던 친구들이 누구를 보아도 인사하고 존대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면서 “전체적인 학습 분위기도 매우 좋다”고 전했다. 이 학교 강규태 진학부장은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고 인성교육의 토대 위에서 학업에 정진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라면서 “인성교육을 먼저 시키니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고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꽃은 ‘면접’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1단계 전형에서 학생부, 비교과 활동, 포트폴리오, 소개서 및 추천서를 평가하고 면접을 통해 검증한다. 면접을 통해 평가하는 열정, 인성, 잠재력, 발전가능성 중에서도 ‘인성’은 학생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동시에 다른 모든 자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어떻게 지원자의 인성을 꿰뚫어보고 평가할까. 교내외 활동을 통해 인성이 성숙해지는 경험을 하고 이를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200% 어필한 두 학생을 통해 인성을 경쟁력으로 삼는 비결을 알아보자.

○ 입학사정관은 인성을 귀신처럼 꿰뚫어본다!

대학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스펙’이 스펙을 위한 스펙인지 아닌지를 날카롭게 평가한다. 제출용 스펙과 아닌 것의 차이는 ‘진정성’이다. 마음이 움직여야 활동에 진정성이 더해진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10학번 맹경선 씨(19·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친구를 따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안식처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갔다.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재현한 연극 ‘나비’를 관람한 후 이어진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때 마음이 움직였던 맹 씨는 나눔의 집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어떤 자원봉사 학생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혹은 “어머니가 시켜서”라고 말했다. 고교 전체 내신성적 평균이 1.7등급일 만큼 공부도 잘했던 맹 씨는 “자발적으로 했기 때문에 학업과 병행하면서도 봉사활동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리’가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수도 있다.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10학번 정진주 씨(19·여)는 고2 1학기까지 평범한 학생이었다. 2학기 때 문득 전교회장에 도전하고 싶었다. 정 씨는 “사회에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텐데 여기에서 리더를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했다. 회장이 되자 학생대표로서 책임을 느꼈다. 교외 활동을 할 때는 특히 언행을 조심했다. 전교회장단 모임, 리더십 연수 등에 가면 이기적이거나 욕을 섞어 말하는 등 다른 친구들의 좋지 않은 언행이 눈에 띄었다. 정 씨는 “나의 말이 곧 학교 이미지를 만들고 내 잘못된 행동이 학교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인성, 면접에서도 무기다!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10학번 정진주 씨.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10학번 정진주 씨.
두 학생의 이런 인성의 변화는 대학 입학사정관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인식됐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한 맹 씨는 “A4용지 100장으로도 내가 했던 봉사활동과 이를 통해 느낀 것을 담기 어려웠기 때문에 면접에서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료가 ‘진짜’인지 분별하기 위한 면접은 까다로웠다. “○○ 봉사활동 수기공모는 어떻게 하게 됐냐” “△△에 갔을 때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처럼 구체적인 질문이 많았다. 맹 씨는 “봉사를 실제로 하지 않고도 머릿속으로 연구하면 나올 수 있는 식상한 답변보다 내가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말했다”면서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고 간혹 질문과 거리가 먼 답변도 있었지만 당시의 생생함이 살아있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로원에서 봉사를 하면서 어른에 대한 공경, 어르신과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맹 씨. 그는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은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만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친한 할머니께는 어깨를 보듬으며 안부를 묻거나 달려가 안길 수도 있다”면서 “상대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어르신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공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전교회장으로서 배운 갈등해결법, 어른과 소통하는 법을 면접 전형에서 집중적으로 어필했다.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면접 때 사정관이 “학생회장으로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물었을 때 정 씨는 사례를 들어 말했다. 정 씨가 회장에 선출됐을 때 학생들은 학생증과 도서관카드를 따로 쓰고 있었다. 두 개의 카드를 들고 다니기 불편했던 학생들이 통합카드를 만들어줄 것을 건의했다. 정 씨는 학생대표로서 학교에 정식으로 통합카드 제작을 건의했다. 처음에 선생님들은 “그게 꼭 필요하냐”는 반응이 많았다. 설득이 필요했다. 목소리를 낮추고 예의바른 태도로 임했다. 이것이 일부의 요구가 아니라 많은 학생의 의견이 수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그때의 경험을 통해 선생님을 존경하면서도 선생님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다”면서 “면접관 앞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면접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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