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황 직격탄…콧대 꺾인 초고층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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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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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층 인천 동북아트레이드타워 공사비 못내…
151층 인천타워 사업 불투명

이달 초 인천시청 로비에 설치된 ‘151층 인천타워’ 모형이 철거됐다. 2008년부터 3년간 시청 로비 한가운데를 차지한 인천타워 모형은 인천을 홍보하는 ‘단골메뉴’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인천타워 모형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 옮긴 것. 침체에 빠진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인천타워뿐만 아니라 전국의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이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 “높게 높게” 경쟁 이젠 골칫거리로


23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의 국제업무지구에 있는 68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이 건물 현장 벽에는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대금 1300억 원을 받지 못하자 올 4월부터 4개월가량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현재는 법원에 ‘채권 회수를 위해 관련된 물건을 점유하는’ 유치권(留置權)을 행사해 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빌딩에 투자하기로 한 모건스탠리가 발을 빼고 일부 투자회사도 사업성 부족으로 난색을 표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세계 두 번째 높이의 151층 인천타워 신축계획도 안갯속에 빠졌다. 약 17조 원의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22억 원을 들여 인천타워 기본설계를 마친 것. 지금이라도 층수와 용적률, 용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수식어도 바뀔 상황이 됐다.

117층-111층 부산 두 곳 분양연기 검토
콘도서 아파트형 호텔로 용도변경 논의도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유치권을 행사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동아일보 자료사진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자 유치권을 행사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동북아트레이드 타워. 동아일보 자료사진
111층 높이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에 들어설 예정인 월드비즈니스센터(WBC)는 500가구 규모의 고급 주거시설 분양시기를 당초 올 하반기에서 내년 초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BC는 시공사 선정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착공시기와 분양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짓는 해운대관광리조트(117층)도 지난해 995가구 주거시설 건설을 확정하고 올 하반기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경기침체로 분양과 착공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들어서는 메타폴리스 단지의 2단계 상업시설 개발도 제자리걸음이다. 56층 규모의 미디어센터를 비롯해 백화점, 벤처타운 등으로 이뤄진 상업시설 개발은 착공은커녕 사업승인조차 받지 못했다.

○ 개발계획 수정으로 돌파구 찾기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종철 청장은 최근 동북아트레이드타워 건설 활성화를 위해 “건물의 용도를 일부 변경하는 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피스 등 각종 임대 공간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른 은행권의 추가 대출이 끊긴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37∼64층에 계획된 호텔, 콘도 설치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개정된 관광진흥법에 따라 분양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콘도 객실을 줄이고 아파트형 호텔을 늘려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것. 여기에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에 다른 사업권을 주더라도 책임시공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분양시기를 늦추는 고육책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에 들어서는 고급 주거시설은 건축비 등을 감안할 때 3.3m²당 분양가가 최소 2000만 원대를 넘어 전국의 수요가 몰려야만 분양에 성공할 수 있다”며 “시행사 쪽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최악인 올해를 피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인천타워 시공사 관계자는 “오피스, 호텔, 콘도, 아파트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을 한다고 하지만 151층 쌍둥이 빌딩인 인천타워 미분양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부르즈 칼리파(버즈 두바이) 사태 등을 감안할 때 층수나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화성=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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