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차령산맥을 따라서<10>서운산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안성-평택-천안 한눈에… 가슴이 트인다

충북 진천군 백곡면과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사이에 위치한 서운산(해발 547m). 사람의 몸으로 치면 ‘배꼽’에 해당하는 차령산맥의 중간 지점에 살포시 자리 잡은 산이다. 바위가 거의 없고 비교적 부드러운 산세에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등산로 내내 이어져 있다. 봄이면 계곡과 능선마다 진달래와 철쭉이 분홍빛 물결을 이룬다. 여기에다 시원한 계곡까지 더해져 가족 단위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등산로 초입과 중간 지점에 청룡사와 석남사 등 고찰(古刹)과 암자가 있다.

바위없고 산세 부드러워…
등산로 주변엔 꽃들이 반겨
청룡사 등 곳곳에 문화재들

등산로는 충북 구간보다는 경기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정상까지 등산로가 잘 나 있다. 청룡사를 출발해 토굴암∼좌성사∼탕흉대∼헬기장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은적암을 지나 청룡사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달 5일 청룡사를 들머리로 해 이 코스를 역(逆)으로 올랐다. 출발 기점에서 만나는 청룡사. 고려 원종 6년(1265년)에 명본국사가 대장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다. 공민왕 때 나옹화상이 중건할 당시 청룡(靑龍)이 상서로운 구름(瑞雲)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산 이름은 서운산, 절 이름은 청룡사로 지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청룡사부터 은적암까지 오르는 길은 길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햇볕을 피해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주먹만 한 것에서부터 아이 머리 크기까지 돌을 정성스레 쌓은 것으로 보이는 무덤들이 은적암 아래 곳곳에 있다. 은적암부터는 가파른 사면이 시작된다. 밧줄 코스를 몇 번 지나다 보면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오르지만 그리 긴 거리는 아니다. 충북의 배티고개에서 넘어와 만나는 삼거리 코스까지만 오르면 이때부터 완만한 등선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비교적 넓은 정상은 둘레가 나무로 둘러싸여 그늘져 있고 쉼터도 잘 만들어져 있다. 막걸리 잔술을 파는 상인도 만날 수 있다.

하산길에는 갖가지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문화재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헬기장과 서봉(543m)을 거치면 서운산에서 손꼽히는 전망대인 탕흉대(湯胸臺)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을 씻어낸다’는 의미의 탕흉대에 서면 안성과 평택은 물론 천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로 아래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홍계남이 방어전을 펼친 서운산성이 있다. 흙으로 쌓은 이 산성은 성 안에서 나온 유물의 연대 측정 결과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발 535m에서 460m까지 골짜기처럼 비탈진 사면을 삼태기 모양으로 둘러 쌓았다. 향토유적 제43호인 ‘서운 북산리 석조여래입상’에서는 소원을 비는 등산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시멘트로 수리해 아쉽지만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를 다소나마 느낄 수 있다. 기도사찰인 좌성사를 거쳐 40여 분쯤 내려오면 청룡사 기점으로 되돌아온다.


하산 후 청룡사에 들르면 대웅전(보물 제824호), 청룡사 삼층석탑, 명부전, 관음전 및 조선 현종 때 주조한 무게 약 5t의 동종 등의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인근에는 안성을 ‘풍물의 고장’으로 만든 남사당패의 전설 ‘바우덕이’의 묘가 있다. 청룡사는 안성 남사당패가 의지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9월에 서운산을 찾으면 산행 후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장에서 신명나는 예인(藝人)들의 몸짓을 볼 수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목요일에 게재되며 공동기획 동아닷컴(localen.donga.com)에서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제보도 가능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