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보다 해설이해-유형파악이 정답

  • Array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6·10모의평가 통해본 ‘EBS연계’ 학습요령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화여고 학생들이 10일 6월모의평가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의평가에서 EBS 연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지만 학생 대다수는 연계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반응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세화여고 학생들이 10일 6월모의평가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의평가에서 EBS 연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지만 학생 대다수는 연계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반응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작은 수능’이라 불리는 6월 모의평가를 치른 학생들은 “생각보다 EBS와의 연계율이 높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평가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 모의평가의 EBS 연계율은 50%”라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교육업체 스카이에듀가 6월 모의평가를 치른 수험생 413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EBS 교재로 공부한 수험생 3685명 중 57%가 ‘연계율이 30% 미만’이라고 답했다. ‘연계율이 20% 미만’이라고 답한 수험생도 27%에 달했다.》○ 전문가-수험생 ‘연계율’ 해석차

수험생들과 달리 전문가들은 “평가원이 EBS와의 연계율을 높이려고 한 흔적이 눈에 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명찬 종로입시연구소장은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EBS가 많이 반영됐다”며 “전 영역에서 50% 정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험을 두고도 전문가와 수험생의 EBS 연계율 체감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연계율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EBS에 나온 지문과 똑같은 지문이 나오거나 문제가 거의 똑같을 경우에 ‘연계됐다’고 인식하지만 평가원이 말하는 연계는 ‘똑같은 지문과 문제’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예컨대 언어영역에서 EBS교재와 수능에 같은 소설이 출제돼도 서로 다른 부분을 출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수험생들은 연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똑같이 EBS교재로 공부했다 하더라도 ‘연계율이 높다’라고 느끼는 수험생이 모의평가뿐만 아니라 수능에서도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계율이 높다고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지문과 문제가 친숙하다는 뜻이기 때문에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시-고전소설은 지문 그대로 나올듯

EBS 체감 연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재에 나온 지문과 문제를 외우듯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평가원이 “언어와 외국어 일부 지문은 그대로 수능에 활용하고 수리는 숫자만 바꾼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형태의 문제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영역은 문학 부문에서 EBS에서 나온 지문이 그대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시에서 김춘수의 ‘강우’와 허전의 ‘고공가’, 소설에서는 임철우의 ‘눈이 오면’과 고전소설 ‘낙성비룡’ 등 EBS 교재에 나온 작품이 출제됐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편이 아니지만 EBS를 공부했다면 쉽게 풀 수 있었다.

그러나 소설의 경우 같은 작품이 출제됐지만 모두 EBS와 다른 부분의 지문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EBS 교재를 공부할 때 지문에 나온 부분만 학습하고 넘어갔다면 같은 작품이라도 처음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학 작품의 경우 문제를 모두 맞혔다고 하더라도 교재에 나온 해설을 통해 전체 줄거리를 파악해둬야 한다”고 말한다.

비문학에서는 추론의 과정을 설명한 모의평가 13번 문제와 회화적 재현을 소재로 한 23번 문제, 자동차 엔진을 설명한 36번 문제의 지문이 EBS 교재에 나온 지문과 유사했다. 그러나 소재가 같을 뿐 글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문제 풀기에만 전념했다면 연계성을 느끼기 어렵다. EBS 비문학 지문을 학습할 때 생소한 소재가 등장한다면 반드시 그것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둬야 한다.

수리영역은 모의평가 ‘나’형의 14번, ‘가’형의 7번 문제 등이 EBS 문제에서 거의 숫자만 바꿔 출제한 사례다. 이런 경우에는 EBS를 공부한 수험생들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형태의 그래프를 제시했지만 원리가 다른 문제이거나 핵심 원리만 같은 문제는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춰보는 식의 학습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문제를 풀면서 ‘이게 어떤 단원에 나오는 무슨 원리를 묻는 문제인가’를 따져보고 스스로 유형을 분류해보는 것이 좋다.

또 6월 모의평가에서는 골고루 모든 단원이 연계된 가운데 유독 수리‘가’에서 미분 단원의 연계성이 낮은 편이었다. 이 단원에서 출제된 문제는 대부분 고난도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수리의 고난도 문제는 대부분 EBS와 연계되지 않는 30%에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국어영역에서 모의평가 수험생들이 EBS 연계율을 가장 높게 느낄 수 있었다. EBS와 완전히 똑같은 지문도 출제됐고 같은 소재를 이용해 내용 구성을 새롭게 한 지문도 나왔다. 빈칸 채우기 유형은 EBS 문제에서 빈칸의 위치만 바꿨고 듣기평가에서도 초콜릿을 추가로 주문하는 내용이 똑같이 출제됐다. 따라서 수험생은 EBS에 나온 지문을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탐구영역은 과목별로 30∼50%로 EBS 반영 비율에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EBS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문제가 거의 같은 경우는 15% 안팎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같은 내용을 묻고 있지만 다른 자료를 제시하거나 비슷한 자료라도 전혀 다른 문제였다. EBS 탐구영역 공부를 할 때 주어진 자료를 완전히 익혀두는 것은 물론이고 자료와 관련된 개념이나 원리도 함께 알아둬야 한다.

○ 원리-개념 메모하면 유형분석 도움

입시기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모의평가에서 평가원이 가장 많이 참고한 EBS 교재는 ‘수능특강’과 ‘인터넷특강’이었다. 수많은 EBS 교재 중에서도 이 두 시리즈는 실력에 상관없이 가장 기본이 되는 교재다.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일단 이 교재에 나온 문제와 지문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상위권 학생이라면 EBS와 연계되지 않는 30%에도 대비해야 한다. EBS를 기본으로 하되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개념을 익혀둬야 하고 ‘이 부분이 어떤 문제 유형으로 나올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EBS 교재의 문제를 풀면서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는 원리나 개념, 연관된 단원 등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유형 분석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언어영역에서 ‘보기’를 활용하는 문제, 수리영역에서 2개 이상 단원의 내용을 조합한 문제, 외국어영역에서 장문독해 문제 등은 기본 실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풀기가 어렵다. 유병화 비타에듀 평가이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변별력이 높은 언어와 수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출문제에서 고난도 문제의 풀이과정을 서술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