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대상 놓고 견해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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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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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할머니 연명치료 중단 1년… ‘존엄사 합의안’ 이달말 발표

환자-가족 서약 늘어도
병원선 소송 우려 신중

“말기 암환자에 국한”
“에이즈환자-뇌사자 포함”
종교-의료계 의견 엇갈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꼭 1년 전인 작년 6월 23일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첫 존엄사 집행이었으며 김 할머니는 올해 1월 숨졌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꼭 1년 전인 작년 6월 23일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첫 존엄사 집행이었으며 김 할머니는 올해 1월 숨졌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23일은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고 연명치료 중단한 지 1년이 되는 날. 당시 연명 치료 중단과 품격 있는 죽음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은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가 존엄사 문제를 다루기 위해 지난해 12월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로 구성한 사회협의체는 이달 말 존엄사에 대한 합의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환자의 자기 결정권 중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말기 간암 환자 A 씨는 ‘혼수상태에 빠지면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쓴 상태다. 그의 가족은 “지난해 김 할머니 사건을 접한 뒤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선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40여 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연명 치료 중단 서약서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한 환자 15명도 입원 전 심폐소생술과 같은 연명치료를 받지 않기로 동의했다.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을 경우 서약서에 동의하는 가족도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60대 남자의 경우 말을 못해 가족끼리 합의해 서약서를 냈다.

○ 일부 병원은 신중 모드

병원들은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자체 기준을 만들어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에는 매우 신중하다.

세브란스병원에선 지난해 신생아 1명의 가족과 60대 심장질환 남성 1명이 연명치료 중단을 신청했지만 병원 윤리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모두 숨졌다. 병원 관계자는 “존엄사 법이 없는 상황에서 소송 등을 우려해 연명치료 중단 시행을 최소로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60대 심장마비 환자, 70대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70대 봉와직염(피부세균감염) 환자 등 4명이 연명치료 중단을 신청했다. 이 중 1명은 병원 윤리위원회가 열리기 이전에 숨졌으며 나머지 3명은 연명 치료 중단 이후 곧바로 숨졌다.

○ 법 제정은 요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10월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결정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단축하거나 자살을 돕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침의 골자다.

사회협의체가 이달 말 낼 합의안에는 존엄사 인정 대상자, 절차, 결정 후 치료 범위, 가족 합의의 효력 등을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어떤 환자가 연명치료 중단 대상자인가에 대해 견해차가 크다.

종교계는 말기 암환자에 한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말기 암환자는 물론 말기 에이즈환자, 뇌사자, 지속적 식물인간 등을 포함하자고 한다. 복지부 임을기 생명윤리안전과장은 “아직 의견 차가 크고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존엄사 법 제정은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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