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98곳 미세먼지 기준 넘어 이산화질소 농도는 69곳서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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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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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한국환경공단이 측정한 106곳 대기오염 결과 전수 분석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먼지와 매연 등 대기환경 오염이 환경기준을 초과하는 등 선진국 수준에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106개 지점에서 매일 한 시간 단위로 공기 중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동아일보가 입수해 전수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106곳의 측정지점 가운데 미세먼지(PM-10·입자의 크기가 10μm 이하인 먼지) 농도는 98곳(92.4%)에서, 이산화질소(NO₂) 농도는 69곳(65.0%)에서 환경기준을 각각 초과했다. 환경기준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과 사망을 줄이기 위한 수준에서 정한다. 수도권 주민 대부분은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의왕 부곡동 미세먼지 최고… 부천 심곡동-김포 통진읍 順
서울은 미세먼지-NO₂ 모두 기준 초과… 강남 3구 특히 심해


○ 선진국 대도시보다 공기 질 안 좋아

이번 분석 결과는 수도권 공기가 여전히 선진국 대도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54μg이고 인천과 경기는 각각 m³당 60μg으로 나타났다. 모두 연평균 환경기준인 m³당 50μg을 초과한 것이다.

NO₂농도도 서울은 35ppb(일정 부피의 공기 무게를 1로 놓고 이 속에 10억분의 1만큼의 오염물질이 포함된 것을 말함), 경기와 인천은 각각 30ppb로 환경기준 30ppb보다 높거나 겨우 충족했다. 일본 도쿄(東京)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40μg, 프랑스 파리의 연평균 NO₂농도가 22ppb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대기 질 나쁜 동네는 어디?

미세먼지 농도는 경기 의왕시 부곡동(m³당 78μg),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m³당 75μg), 김포시 통진읍(m³당 75μg) 등이 높았다. NO₂는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45ppb),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44ppb), 서울 강남구 도곡동(43ppb)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천의 경우 심곡동, 상1동, 원종동 등 대부분의 측정지점에서 미세먼지 및 NO₂ 농도가 높았다. 부천시청 관계자는 “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끼고 있고, 성주산 원미산 등이 공기흐름을 막아 대기환경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서울은 NO₂농도가 경기, 인천보다 더 높았다. 도곡, 시흥, 당산, 한남, 번동 등의 오염도가 높았다. 특히 강남 3구(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도곡동, 서초구 반포동)와 그 외 지역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강남 3구의 미세먼지 및 NO₂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의 NO₂ 평균 농도는 37.8ppb. 나머지 서울지역 평균은 35.1ppb였다. 미세먼지의 경우에도 강남이 m³당 57.4μg인 반면 다른 곳은 m³당 54.4μg이었다.

○ 수도권 대기오염의 영향

미세먼지와 NO₂가 대기오염 물질로 꼽히는 이유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기관지염, 폐렴 등을 초래하는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최근 미국 환경저널인 ‘환경연구’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μg 증가할 때마다 서울 시민의 사망확률이 0.28% 높아졌다. 이 가운데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0.51%,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0.59% 각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동아일보가 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 보니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78μg으로 가장 높았던 동네에 사는 주민은 환경기준을 만족시키는 지역 주민보다 연간 사망확률이 이론적으로 0.78% 더 높았다. 이 지역에서 질병으로 연간 3만6500명이 사망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 동안 대기오염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는 286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몇년째 수천억원씩 투자
수도권 대기환경 제자리


○ 중국 등서 넘어오는 오염물질 관리를


환경부는 2005년 수도권 대기환경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7년 이후 매년 3000억 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대기환경은 몇 년째 개선되지 않고 일부는 악화되는 추세여서 정책 실패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은 2005년 이후 5년 연속 NO₂ 오염 개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인천과 경기는 미세먼지가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대기환경이 악화되는데도 관련 예산은 2008년 3522억 원, 지난해 3180억 원, 올해 2851억 원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예산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확충도 중요하지만 중국 등 외국에서 넘어오는 대기오염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중국발 오염물질이 수도권 전체 대기오염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간 협력 체계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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