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경보장치 개발하고도 법때문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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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 미비로 상용화 못해
위치추적 관제센터서만 알아
“학교-경찰도 알 수 있게해야”

전자발찌를 한 성범죄자가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경보음이 울린다. ‘삐익삐익.’ 범행을 저지르려 학교를 찾은 범죄자가 깜짝 놀라 숨고 만다. 성범죄자의 위치정보를 전송받은 경찰이 곧바로 출동해 순찰을 돌며 범죄자를 찾아내 조사한다. 먼 이야기 같지만 이미 개발돼 있는 기술이다. 이런 안전망이 갖춰져 있었다면 김수철과 같은 성범죄자가 대낮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를 유괴해 성폭행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성범죄자들이 학교나 어린이보호구역에 접근했을 때 학교와 경찰이 미리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아동 성범죄자 등 전자발찌를 한 성범죄자가 학교나 어린이보호구역에 드나들어도 법무부 보호관찰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만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를 위한 기술이 이미 개발됐다. 하지만 법에 가로막혀 보급이 어려운 상태다.

보안업체 KT텔레캅은 ‘나영이 사건’이 터진 뒤 전자발찌를 찬 사람들이 직선거리 45m 이내로 다가오면 감응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학교에 무선주파수인식(RFID) 안테나를 설치하고 전자발찌에서 나오는 신호가 감지되면 경보음을 울리고 곧바로 경찰이나 경비업체에 위치정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법에 막히고 말았다. 현행 법률은 전자발찌를 통해 나오는 성범죄자들의 위치와 이동 정보는 오직 중앙관제센터 직원들과 보호관찰관들만이 알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성범죄자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다.

구체적인 범죄자 신원 정보를 제외하고 접근 정도만 파악하도록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KT텔레캅 서비스개발단 관계자는 “이미 학교에 구축돼 있는 폐쇄회로(CC)TV 등 방범 시스템과 연계하면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의 비용은 학교당 3000만 원 정도로 전국 1만여 개 초중고교에 설치할 경우 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 보호관찰과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상용화하려면 법률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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