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강서고 2학년 손지호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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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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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생태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서울 강서고 2학년 손지호 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생태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서울 강서고 2학년 손지호 군.
《서울 양천구 강서고 2학년 손지호 군(16)은 어려서부터 동물이나 곤충을 좋아했다. 용돈을 모아 열대어나 거미, 거북, 개미를 사기도 했다. 또래 친구들이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있을 때 손 군은 대형 실린더 안에서 집을 짓고 사는 개미 무리를 관찰하며 놀았다.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을 관찰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생물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환경요소가 온도란 사실도 알게 됐죠. 생물을 키우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스스로 책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카페를 방문해 정보를 얻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손 군의 곤충사랑은 계속됐다. 이런 관심은 숲과 갯벌을 보존하고 정화하는 활동을 하는 ‘그린 스카우트’에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 손 군이 활동하는 그린 스카우트는 올해 환경부가 공모하는 ‘생물자원보전 청소년리더’에 선발됐다. 손 군은 친구들과 함께 갯벌을 탐사하고 블로그를 통해 환경 관련 홍보활동을 한다.

곤충에 대해선 ‘박사’란 소리를 들을 만큼 해박한 손 군. 애석하게도 교과 성적은 그렇지 못했다. 중학교 때 성적은 반 50명 중 15등 안팎. 중위권이던 손 군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고입을 앞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당시 예비 고3이었던 누나가 ‘중3 겨울방학 때 기초를 다져놓으면 고등학교에 가서 성적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내게도 기회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매일 10시간 넘게 공부하는 누나를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어요.”

손 군은 종합학원에 다니면서 반 편성고사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했다.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 보는 시험인 만큼 잘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학원 스케줄에 따라 공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반 편성고사의 경우 전교생 600여 명 중 350등. 고1 1학기 중간고사 성적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손 군은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원수업만으로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손 군은 회상했다. 하지만 1학기 기말고사에서 수학은 전체 277등. 다른 과목도 큰 변화가 없었다.

“노력을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니 답답했어요. 특히 좋아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수학조차 변화가 없으니 속상했죠. ‘내 공부법에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수업을 들을 땐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문제를 풀면 틀리는 이유가 뭘까’를 고민했다. 손 군은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손 군은 중대결단을 내렸다. 학원을 그만두고 스스로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막상 학원을 그만두니 ‘과연 나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어요.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헤맸죠.”

방황하던 손 군은 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러곤 “제가 좋아하는 생태학 분야를 대학에서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생태학 관련 학과를 가려면 자연계에 가야한다고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자연계에서 잘하려면 무엇보다 ‘수학성적을 올려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여름방학 때는 수학에 다걸기(올인)하기로 결심했어요.”

손 군은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매일 12시간씩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2학기 중간고사 시험범위를 예상한 뒤 고1 수학(하)을 처음부터 삼각함수까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먼저 ‘수학의 정석’에 나온 기본문제와 유제를 풀었어요. 그 후 또 다른 수학 문제집을 한 권 더 풀었어요. 틀리면 다시 풀었어요. 특히 수학의 정석에 나온 연습문제를 반복해 풀었죠.”

손 군은 “하루 종일 앉아서 수학만 공부하는 게 쉽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머리를 식히면서 개념을 떠올렸다. 그래도 집중이 안 될 땐 중학교 때 합기도 도장에서 배운 낙법을 연습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1학년 2학기가 되면서 손 군은 수업시간에도 확연히 달라졌다. 특히 수학은 예습을 철저히 했다. 수업 전 문제를 꼼꼼히 풀어본 뒤 수업시간 선생님의 풀이과정과 자신의 것을 비교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에게 곧장 달려가 물었다.

수학만큼은 2학기 시작과 동시에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매주 수학문제집을 한 권 정해 시험범위로 예상되는 분량을 풀었다. 중간고사 전까지 모두 10권의 문제집을 풀었다.

2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성적은 전교 44등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수학성적이 오르니까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어요. 다른 과목도 하나씩 정복해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영어를 골랐어요.”

손 군은 1학년 겨울방학부터 영어를 집중 공부했다. 영어단어를 매일 200개씩 외웠다. 많을 때는 하루 300개 이상을 암기하기도 했다. 영어 교과서의 본문과 듣기 지문은 통째로 달달 외웠다. 교과서에 나온 확인문제는 답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5회 이상 반복했다. 문법책도 한 권 끝냈다.

“학교시험은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에서 나오잖아요. 그래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신 말은 교과서에 모조리 적었어요. 시험을 보기 전에는 교과서를 중점적으로 복습했죠.”

손 군은 졸음이라도 쏟아질 때면 교과 선생님에게 허락을 구한 뒤 교실 뒤로 가 선 채로 수업을 들었다. 그래도 졸리면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하고 돌아왔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뒤 손 군이 받은 영어성적은 90점. 전교 180등 안팎이던 등수는 8등으로 올라섰다.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면서 얻은 자신감으로 요즘엔 국어와 과학 성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생태학이라는 분야가 일반 사람들에겐 낯선 분야지만 열심히 연구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생태와 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정석교 기자 stayfu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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