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인터뷰/홍일식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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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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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단순 암기 → 이해… 한자 익히면 공부흥미 커집니다”

한자는 그림 통해 글자 인식, 절대 배우기 어렵지 않아… 어릴때 시작하는게 좋아요

홍일식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은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자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일식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이사장은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자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세기는 군사, 20세기 전반은 경제, 후반은 기술이 중심인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즉 문화영토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한자를 모르면 동북아 문화권에서 고립될 수 있습니다. 북한조차 고립의 고통을 맛본 후 1990년대 이후 초등학교부터 3000자의 한자를 교육합니다.”

홍 이사장은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자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은 한자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한자어의 본 뜻을 모른 채 그저 한글로만 쓰다보면 단어의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게다가 학술용어나 전문용어는 대부분 한자어이므로 한자를 학습하지 않고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사기’라는 한자어만 27개가 실려 있습니다. 남을 속이는 ‘詐欺’, 기세를 뜻하는 ‘士氣’ 등 한자를 모르고선 어휘력과 국어실력을 갈고 닦을 수가 없는 것이죠.”

홍 이사장은 “한글과 한자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지탱하는 수레의 두 바퀴”라고 했다. 한자에는 단어의 뜻을 쉽게 알게 해주고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가 조화를 이뤄야 우리말이 발전할 것이라고 홍 이사장은 말했다.

홍 이사장은 1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예로 들며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6∼7월 학부모와 교사 52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89%, 교사의 77%가 초등학교 한자교육 시행에 대해 찬성했다. “일본에서도 초등학교에서 상용한자로 1900여 자를 가르치고 있다”고 홍 이사장은 덧붙였다.

홍 이사장은 “한자의 뜻을 파악하면 교과내용에 대한 이해도 빨라지고, 단순 암기만 하던 학습 방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면서 “단어에서부터 개념과 원리를 배우니 공부에 대한 흥미도 붙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자를 마냥 어렵게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상형문자인 한자는 단어 자체에서 그 뜻과 음을 유추할 수 있고, 그림을 통해 글자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쉴 ‘휴(休·사람 인(人)+나무 목(木))’ 같이 각기 다른 단어가 합쳐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단어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공부보다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이유입니다.”

한자는 표의문자이므로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간 우애 등 인성교육을 겸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효도의 ‘효(孝)’를 배움으로써 학생들은 효에 대한 이치를 깨닫고 생각의 폭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집무실에 걸려있는 액자. ‘文化(문화)의 大衆化(대중화), 知識(지식)의 一般化(일반화), 
學問(학문)의 普遍化(보편화)’가 쓰여있다.
한국인문사회연구원 집무실에 걸려있는 액자. ‘文化(문화)의 大衆化(대중화), 知識(지식)의 一般化(일반화), 學問(학문)의 普遍化(보편화)’가 쓰여있다.
홍 이사장은 “대부분의 대학과 기업체는 한자급수시험의 급수 유무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동아일보와 한국인문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가 후원하는 ‘한자능력평가시험’에서도 이런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번 한자능력평가시험은 단순히 한자의 음과 뜻만을 묻지 않고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기준으로 수준별 학습능력에 맞게 8개 등급으로 세분화해 평가한다”면서 “특히 100% 객관식으로 진행되는 5급부터 8급의 경우 초중고교 국어, 사회 등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한자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출제하기 때문에 학습수준과 일상생활에서의 한자 구사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각종 사회문제는 ‘정신’을 잃은 탓이라고 봅니다. 정신의 위기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한자능력평가시험에서는 다른 시험과 달리 효와 관련 있는 한자도 출제할 계획입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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