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남녀공학,공부 외에도 왜 이렇게‘할일’이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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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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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기초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남녀공학은 언어, 수리, 외국어 모든 영역에서 남고 및 여고보다 표준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영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여고(104.5점)와 남녀공학(98.8점) 간 점수차는 무려 5.7점이었으며 수리 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남고(102.2)와 남녀공학(98.0점) 간엔 4.2점 차가 났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남녀공학의 학습 환경이 특별히 열악할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고교생들은 “남고나 여고에 다니는 학생보다 외모에 신경 쓰는 시간이 많을 뿐 아니라 남고나 여고생들은 한 번도 겪지 않을 법한 문제를 겪기도 한다”고 전한다. 남녀공학에서 학습을 저해하는 요소들은 뭘까? 또 이런 요소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은 뭘까?》

수능 주요영역 평균 성적 낮아… 학생들이 말하는 고민

남녀공학 고교생들은 남고나 여고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외모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게 현실이다. 고3 이모 양(18·서울 서대문구)은 “남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꼭 이성 친구를 사귀지 않더라도 깔끔한 외모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녀공학 고교생들은 외모 관리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뺏길까? 이 양을 살펴보자.


이 양은 여고에 다니는 친구와 등교시간(오전 7시 50분)은 같지만 친구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난다. 이 양이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후 ‘고데기’로 머리 세팅을 하는 데 15분을 더 쓴다. 로션과 비비크림(화장한 티가 많이 나지 않아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이 가능한 기초화장품)으로 기초화장을 하고 마스카라를 사용해 속눈썹을 치켜 올려 눈이 커보이도록 만드는 데까지 15분이 또 걸린다. 반면 여고에 다니는 친구는 기상해 간단히 세수만 하고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후 약 10∼15분 만에 집을 나선다.

결국 이 양이 친구보다 평일 아침에 더 사용하는 시간은 매일 약 45분. 일주일이면 3시간 45분(주말 제외), 1년이면 187시간 30분(방학 기간 포함)을 더 쓰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여학생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3 이모 군(18·전남 영광군)은 “등교 전뿐 아니라 쉬는 시간마다 거울 앞에 서서 짧은 머리에 왁스를 발라 ‘스타일링’을 한다”면서 “남고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선 외모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녀공학 고교생들은 외모 관리뿐 아니라 교과서나 노트를 예쁘고 깔끔하게 관리하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고3 소모 양(18·서울 은평구)은 과목별로 필기노트를 두 개씩 가지고 있다. 하나는 수업시간 중 자신의 ‘본래 방식’으로 필기한 노트. 교사의 수업속도에 맞춰 필기하는 탓에 글씨체도 깔끔하지 않으며 빨간색과 까만색 펜만을 사용한다. 또 다른 하나는 친구들에게 빌려주기 위한 ‘대외용’ 필기노트. 본래 필기한 내용을 4, 5가지 색깔 펜을 사용해 다시 또렷하고 예쁜 글씨체로 옮겨 적은 노트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다음은 소 양의 귀띔.

“남학생이 노트를 빌려갔을 때 깔끔하게 정리돼 있지 않고 엉망이면 남학생들 사이에서 ‘○○은 글씨체도 엉망이라 성격도 지저분할 것 같다’는 소문이 날까봐 신경이 쓰여요. ‘어떻게 하면 글씨가 더 깔끔하고 예뻐 보일까’에 집중하다 보면 본래 필기한 내용을 다시 베껴 쓰면서 복습하는 효과가 생기기는커녕 필기 자체가 스트레스로 느껴져요.”

심지어 수행평가 때도 외려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라는 게 적잖은 남녀공학 고교생들의 증언이다. 이성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를 신경쓰다 보니 수행평가 때 위축되기 쉽다는 것. 체육과목 농구 수행평가 때 여학생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소극적인 자세로 레이업슛을 하다 모두 실패하거나 음악 수행평가 때 ‘음 이탈’을 우려해 작은 목소리로 소심하게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남녀공학에서 수행평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더 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고2 한모 군(17·서울 서초구)은 지난해 국사 과목 수행평가에서 ‘삼국시대 때 국가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왕을 정하고 그 이유와 특징을 정리해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이는 2학기 기말고사 점수의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수행평가. 거의 2, 3일을 과제수행에 투자한 한 군. 그러나 막상 과제를 제출하는 날 그는 같은 반 여학생들이 해 온 수행평가 결과물을 보고 좌절했다. 다음은 한 군의 하소연.

“내가 사흘 동안 한 것보다 여학생들이 하루이틀 만에 ‘뚝딱’해 낸 과제물이 비교도 안 될만큼 좋아보였어요. 표지엔 사진도 넣었고 내용도 훨씬 꼼꼼하고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어요. 물론 선생님이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를 감안해 점수를 주시지만 여학생들의 수행평가 결과물을 보면 나 자신이 참 한심하고 무능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남녀공학 여학생들도 남학생들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를 받긴 매한가지다. 특히 날씨가 무더워지고 공부에 지치는 1학기 기말고사 이후나 여름방학 무렵이면 여학생들의 초조감은 극에 달한다. 체력적으로 앞선 남학생들이 학년 초 ‘바닥을 기던’ 성적에서 뛰어올라 점점 여학생들을 ‘추월’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녀공학에 다니는 일부 깔끔한 여학생들은 기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면서 교실에 진동을 하는 남학생들의 땀 냄새와 발 냄새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가 없다고 푸념한다. 남녀공학 고2 김모 양(17·경기 안산시)은 “남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농구를 하거나 복도에서 한껏 뛰놀다 교실로 들어오면 온 교실에 땀 냄새가 가득해 숨을 쉴 수가 없다”면서 “냄새가 수업시간 내내 나서 집중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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