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입은 재활용품 ‘업사이클’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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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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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이클서 한단계 진화… 폐품이 명품으로

목-소매-등판 각각오려 셔츠로 소파가죽 이어붙인 가방 등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 탄생
美 -유럽선 고가 브랜드 각광…국내 초보수준… 서울시 “지원”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가미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 제품이 국내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 브랜드 두 개가 들어간 사진 속의 독특한 티셔츠는 재활용의류 4∼5점으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제품이다. 사진 제공 리블랭크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가미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 제품이 국내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유명 브랜드 두 개가 들어간 사진 속의 독특한 티셔츠는 재
활용의류 4∼5점으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제품이다. 사진 제공 리블랭크
환경보호를 위해 재활용을 주장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가치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upcycle)’ 시대가 열렸기 때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업사이클을 통한 고가 유명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할 정도다. 국내는 아직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문 판매장과 마니아층이 형성되는 등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업사이클 기업 ‘리블랭크’ 공장에는 디자이너 3명과 재봉사 등 8명이 재활용 의류와 소파가죽 등을 자르고 이어 붙이며 새로운 옷과 가방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디자이너 겸 회사 대표인 채수경 씨(38·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색상과 디자인의 재료(재활용품)로 옷과 가방을 만들기 때문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만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옷은 똑같은 디자인을 적용해 기계로 찍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업사이클 의류는 그때그때 들어오는 재활용 의류와 천 등에 맞춰 각각의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야 한다. 목 부분이 양호한 티셔츠와 소매가 괜찮은 와이셔츠, 등판 문구가 멋진 점퍼를 각각 오려내 하나의 셔츠로 만드는 식.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량생산이 어려워 가격 수준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티셔츠 하나에 10만 원을 넘는 게 대부분이다.


못 쓰게 된 화물차 덮개와 안전벨트로 만든 유럽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 수십 만 원에 팔리는 것에 비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원료인 재활용품 공급이 원활해지고 숙련된 재봉사 확보가 가능해지면 가격은 크게 낮춰진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폐의류는 연간 1만9000t가량 발생하는데 업사이클을 포함해 다시 쓰이는 경우는 1000t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못하고 그대로 폐기 처분되는 물량이 4000t으로 더 많을 정도.

서울 시내에는 리블랭크를 비롯해 3개의 업사이클 기업이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디자이너를 포함해 10명 안팎이 일하는 영세기업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환경보호 의식과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면서 업사이클 제품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이규혜 한양대 의류학과 교수는 “업사이클은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으로 독특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환경보호와 부가가치 창출의 의미가 있다”며 “새 원단을 쓰는 것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소비자에게 인식되어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책적 지원 나선 서울시

서울시는 업사이클이 환경보호와 디자인 개념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지원 정책을 펴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업사이클 산업에 2년 동안 4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이달부터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 첨단산업센터에 1800m²(약 545평) 규모의 지원센터를 짓고 있다. 서울시는 6월에 관련 기업들을 입주시켜 신제품과 디자인을 개발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센터 안에는 아카데미도 개설해 유망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일반 시민과 관련 학과 학생 등 연간 1000명을 교육시켜 업사이클 개념 확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신상철 서울시 환경협력담당관은 “새로운 개념의 업사이클은 재활용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우수한 디자인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이라며 “적극 지원에 나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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