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 “수능 어떻게 낸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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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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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EBS문제 이해하면 풀 수 있게… 그대로 출제한다는 건 아니다”
‘70% 직접연계’ 의미 혼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EBS 수능강의를 70% 이상 ‘연계’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놓고 일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혼란이 커지자 교육과학기술부는 25일 “EBS 교재 문제를 그대로 출제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안병만 장관은 이날 ‘구체적인 연계 방안’에 대해 “70%는 직접 연계율을 의미하며, 내용이나 원리 개념을 직접 활용해서 시험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각종 통계나 표, 그래프를 그대로 활용하고 지문을 축소하거나 확대, 변형해서 다른 문제를 내더라도 교재에 나온 문항을 이해하면 연관해서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김성열 원장도 “과거에는 같은 삽화나 도표, 그래프를 응용하더라도 전혀 다른 문제를 내 수험생들이 연계성을 못 느꼈다면 올해부터는 좀 더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연계 대상은 고교 3학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EBS 수능 교재 가운데 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한 115종이다.

또 교과부는 EBS의 수능 연계율을 2011학년도 수능에서 70%로 높이기에 앞서 올해 6월 모의평가에 50%를, 9월 모의평가에 60%를 적용해 난도와 변별력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EBS 교재 집필자와 강사를 수능 출제의 검토위원으로 참여시키고, 교육과정평가원이 EBS 교재를 감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과부와 안 장관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연계’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70%라는 수치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나머지 30%는 어떻게 대비하라는 것인지 등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문제 아니라면 연계율 운운은 난센스”▼

‘70% 연계’가 EBS 수능 강의 내용과 비슷하거나 일부만 변형한 문항을 출제하는 ‘직접 연계율’을 의미하는 것이냐, 아니면 EBS 강의 내용을 유추 적용한 ‘간접 연계율’을 의미하는 것이냐를 둘러싼 혼란은 당사자인 EBS와 교육과정평가원, 교과부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EBS 교재 집필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매년 수능 직후 EBS가 발표해 온 수능 연계율은 과목마다 80%를 넘나들었다”며 “똑같은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 이상 연계율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며, 차라리 교과서 연계율 100%라고 발표하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안 장관의 설명을 직접 들은 기자들조차 “도대체 직접 연계의 의미가 뭐냐” “나머지 30%는 EBS 내용을 피해서 내겠다는 것이냐”라며 답답해했다. 연계율을 70%로 높인다고 해도 나머지 문항에서 승패를 가리려면 오히려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될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나머지 30%는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지만 호소력은 떨어졌다. 결국 교육 당국이 ‘EBS를 통한 사교육 근절’이라는 명분에만 집착하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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