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전투기 2대 추락… 조종사 3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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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중 평창 선자령 인근서
둘다 24년이상된 노후기종
등산객 “짙은 안개에 바람”
軍 “공중날씨는 문제 없었다”

공군 제18비행단 소속 F-5 전투기 2대가 2일 전투기동훈련 중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정상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F-5E(1인승) 조종사 어모 대위와 KF-5F(2인승) 조종사 오모 중령, 최모 중위 등 3명이 순직했다.

공군에 따르면 F-5 전투기 2대는 이날 낮 12시 20분경 전투기동훈련을 위해 강릉기지를 이륙한 지 5분 만에 강원 강릉시 서쪽 20km 상공에서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이에 공군과 육군이 합동 수색한 결과 오후 6시경 평창군 대관령면 선자령 정상 인근에서 조종사 시신 일부와 찢긴 조종복, 군화 조각, 기체 잔해를 발견했다. 공군은 주민들의 신고와 레이더 자료 등을 토대로 이륙 13분 만인 낮 12시 33분경 추락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전투기들은 이륙한 뒤 급회전, 선회비행 등 다양한 기동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특히 2대가 꼬리 물기 식으로 비행하며 가상 요격을 하는 고난도 훈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레이더에서 사라진 만큼 어떤 기동훈련을 하다 사고가 났는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군은 전투기 2대가 레이더에서 사라지자 즉각 HH-60 구조 헬기 2대를 사고 예상지점으로 급파해 조종사와 기체 잔해 수색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기상이 나빠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한 등산객은 “사고 장소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군 측은 훈련 당시 지상 날씨는 나빴을지 모르지만 공중 날씨는 시정 4마일로 구름이 약간 끼어 있는 정도로 훈련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추락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펑∼’ 하는 굉음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쳤다고 등산객들은 전했다. 한 등산객은 “낮 12시 33분경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 선자령 정상에서 대관령 방면으로 1km 지점에서 비행기 소리와 함께 연료 타는 냄새가 났으며 사고기로 추정되는 잔해를 발견했다”고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공군은 김용홍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장윤화 감찰실장과 전문요원 10명이 참여한 조사단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조사단은 사고 원인으로 전투기 2대의 공중 충돌, 기상 악화, 조종 미숙, 엔진 결함 등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공군은 3일 수색을 재개해 전투기 잔해와 블랙박스 등을 수거하고 사고 원인을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전투기 추락사고는 지난해 3월 31일 충남 태안반도 서해상에서 KF-16 전투기 1대가 추락한 이후 11개월여 만이다. F-5 계열 전투기의 추락은 2008년 11월 경기 포천시 상공에서 발생한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2008년엔 F-5E 전투기 2대가 경기 포천시 상공에서 서로 충돌해 1대가 추락했고, 2004년 3월에도 F-5E 2대가 서해상에서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바 있다.

이번에 추락한 전투기는 노후화가 심해 공군이 조만간 퇴역을 검토하고 있는 기종이다. 현재 공군이 운용하는 F-5E/F 170여 대는 전신인 F-5A/B를 개량한 것으로 1972년부터 본격 양산돼 1974년 공군에 배치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1981∼1986년 F-5E/F 기체를 조립해 KF-5E/F를 생산했다. 이를 ‘제공호’라고 부른다. F-5 계열 전투기는 1990년대 이후 F-4E 전투기 대량 도입과 F-16 전투기 배치에 따라 공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정부는 노후한 전투기들을 대체할 한국형 전투기(KFX)를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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