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동유럽 소국 몰도바 출신 ‘문화 전도사’ 그렉안나 이온 씨

  • Array
  • 입력 2010년 2월 18일 07시 00분


코멘트

‘봄의 인형’ 통해 몰도바 풍습 알려요

고국서 의대 졸업… 한국인 남편과 결혼
‘아이다 마을’서 나라 문화체험 첫 강의

인천지역에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는 그렉안나 이온 씨. 17일 인천 여성의 전화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마을’에서 ‘나라 문화체험강좌’의 첫 강사로 나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지역에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는 그렉안나 이온 씨. 17일 인천 여성의 전화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공동체마을’에서 ‘나라 문화체험강좌’의 첫 강사로 나섰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17일 오후 3시 인천 여성의 전화(부평구 부평4동)의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마을’(아이다마을)에서 ‘나라 문화체험’ 첫 강좌가 열렸다. 강사는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의 작은 국가 몰도바에서 이주해온 그렉안나 이온 씨(39·여). 몰도바에서 의대를 졸업한 뒤 전문의 과정까지 밟은 이온 씨는 한국에서 몰도바의 풍습을 알리는 ‘문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날 몰도바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주고받는 ‘봄의 인형’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몰도바 사람들은 3월 1일부터 한 달간 ‘마르티쇼르’라는 작은 인형을 가슴에 달고 다닙니다. 빨간색, 흰색 두 가지 실로 정성껏 만든 이 인형을 사랑하는 친척과 친구들에게 선물로 준답니다.”

이온 씨는 이 인형에 서린 전설도 들려주었다. 겨울신이 봄이 오지 못하도록 거칠게 바람이 불도록 하고 눈도 내리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봄신이 나무와 자연을 겨울잠에서 깨어나도록 하다가 나뭇가지에 손이 찔려 빨간 피를 하얀 눈에 떨어뜨리게 됐다는 것. 이 피를 머금은 눈이 모두 녹게 됐고, 이어 싹이 트고 꽃도 피어나게 됐다는 몰도바의 봄 이야기다.

학부모와 초등생 20여 명은 이온 씨의 강의를 들은 뒤 두 가지 색실로 마르티쇼르 인형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 정도로 작지만 손길이 많이 가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인형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고 베트남, 볼리비아 다문화가정도 참가했다.

결혼 10년차인 이온 씨는 한국인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세 자녀를 키우느라 그동안 주로 가정에만 있었다. 4년 전 인천시 국제교류센터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지역사회와 본격적인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별로 없었다”라며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니까 이웃과 친하게 지낼 마음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온 씨는 지난해 아이다마을의 ‘다문화 강사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유치원, 복지시설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러시아어 통역사로 나서기 위해 한국어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이온 씨는 아이다마을이 최근 마련해준 다문화강사 좌담회에서 “요즘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어 아주 좋다”라며 “몰도바 소식을 전해주려고 매일 인터넷 뉴스를 보면서 다문화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다마을은 이주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부부들의 생활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국제영화제에 참가하도록 했고 한국어, 컴퓨터, 홈패션, 미디어, 통·번역사 등의 무료 강좌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다마을에는 어린이 놀이방 ‘도담도담’을 갖춰 어린 자녀를 데리고 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032-527-0090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