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유비쿼터스와 만나 첨단 보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2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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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보안시설이 첨단화되고 있다. 최근 분양중인 아파트들은 건물 내부를 비롯한 단지 내 어디서나 입주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비쿼터스형 보안 아파트'가 대세다.

현대건설이 최근 전국에서 분양중인 힐 스테이트 아파트는 '단지내 범죄율 0(crime free)'를 목표로 '위치추적시스템'을 도입했다. 경기도시공사가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분양중인 아파트 역시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된 아파트에서는 만약 유괴범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를 데려가려 하면 어린이는 문을 열 때 사용하는 열쇠(U-KEY)에 있는 비상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단지 내 곳곳에 설치된 수백여 대의 폐쇄회로(CC) TV가운데 현장주변의 CCTV들이 자동으로 어린이가 있는 곳을 찍기 시작하고 이 장면은 집 안의 월패드(wallpad)를 통해 가족들에게 송출된다.

동시에 경비업체와 경찰서에도 전달된다. CCTV 옆에 부착된 확성기에서 경찰 사이렌이 울리면서 "어린이를 위협하는 용의자는 지금 당장 행위를 중단하라"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당황한 유괴범은 도주하지만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힌다.

일부 건설회사는 입주자가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서면 컴퓨터가 집 안에 있는 가족에게 알려주는 주차위치정보시스템도 도입했다. 차가 주차장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오고 집안에서는 남편이 아내가 차를 주차 시킨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안까지 들어오는 장면을 월패드를 통해 지켜볼 수 있다. 또 컴퓨터가 현관 벨을 누른 사람의 얼굴을 촬영해 집 주인이 없을 때 누가 다녀갔는지 저장을 해둔다.

일산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 등 최근의 아파트 단지 내 범죄가 건물 현관이나 엘리베이터, 계단 등 CCTV 감시가 못 미치는 지점에서 자주 발생하면서 보안의 사각지대를 없앤 것이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 최민우 차장은 "예전의 아파트 보안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난 뒤에 범인을 잡기위한 증거물로 이용되는데 불과했다"며 "요즘은 경비실은 물론 집에서도 입주자가 단지 내에서 보고 싶은 모든 지점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서 범죄 자체를 아예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예 아파트 단지와 도시환경을 범죄를 생각하기 어렵도록 디자인하는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mental Design)의 개념도 도입되고 있다. 아파트 주변과 지하주차장 놀이터 등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곳은 조명을 더욱 밝게 하고, 배관을 타고 건물을 올라가는 일을 막기 위해 창문의 위치는 배관과 멀리 떨어뜨린다.

범죄의 표적이 될 확률이 큰 1층은 아예 없애 주거공간이 아닌 통로로서만 활용하기도 한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아파트는 일반 단독주택 등과 달리 한 곳에 여러 세대가 살고 있어 위험이 집중되고 공유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셉테드를 통해 범죄 예방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PTED는 2012년 완공되는 광교신도시와 한강신도시 등 수도권 제2 신도시 설계에도 도입됐다. 경기도시공사 이계선 광교사업본부장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어린이들이 학교 가는 길에 돈을 뺐기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시야 확보를 위해 길을 일직선으로 설계했고, 단지 내에 담장을 없앴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박서윤 대학생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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