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간 수능 점수차 최대 85.5점… 사교육 수학외엔 효과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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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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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2009 변수 분석
외고 2명중 1명-일반고 10명중 1명이 1, 2등급
부모 학력이 경제력보다 성적에 더 큰 영향 줘

최근 5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의 성적이 일반계고 상위 20∼30%의 학생들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별 표준점수 격차는 최대 85점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일 ‘수능 및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분석 심포지엄’을 열고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 및 학업성취도평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2개 외부 연구팀에 의뢰한 것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수능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제시됐다.

○ 수치로 확인된 특목고 수준

이번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막연히 ‘우수하다’고 알려진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의 수준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이규재 연구원이 2005학년도 수능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외국어고는 전체 학생의 50.18%, 과학고는 49.29%, 자사고는 32.94%를 차지한 데 비해 일반계고는 평균 10%(상위 20%에서는 50%, 상위 30%에서는 33%) 정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분포는 5년 동안 비슷하게 나타난다”면서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들과 일반계고 상위 20∼30%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준점수로 비교해 보면 언어영역의 경우 △과학고 120.12점 △일반고 상위 30% 119.38점 △외국어고 117.62점 △자사고 112.53점 순서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5년 치 성적 추이에서 외고는 계속 높은 수준, 과학고는 하락세, 자사고는 상승 후 유지를 보였다.

○ 공교육 요인

동아일보를 통해 검증된 학교 간, 지역 간 수능 성적 격차는 연구진들의 연구에서도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본보 10월 19, 20일자 A1·3·4면 참조). 서울교대 김성식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학교 간 최대 점수차는 언어 85.5점, 외국어 75.6점, 수리‘나’ 79점 △지역 간 최대 점수차는 언어 60점, 외국어 55.9점, 수리 48.2점이었다. 읍면지역은 도시에 비해 표준점수가 언어 9.406점, 외국어 9.653점, 수리‘나’는 7.709점 낮았다. 지역 간 격차의 원인으로는 학업 중단 비율, 저소득층 비율, 읍면지역 여부 등이 꼽혔다.

학교 유형별로는 사립이 국공립보다 언어 1점, 수리‘가’ 0.5점, 수리‘나’ 1.5점, 외국어는 2점 정도 높았다. 한 집단 내의 성적 편차를 나타내는 학력 불균등지수는 남녀공학, 소규모 학교, 읍면지역 학교일수록 높았다. 학업 향상도가 높은 40개 일반계 고교를 조사한 결과 △학교장의 유능한 리더십 △자기주도적 학습을 중시하는 분위기 △학생 선발제도 등에서 변화 주도 등의 특성을 갖고 있었다.

○ 개인·사교육 요인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요인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정도다. 가정환경 측면에서는 부모의 경제력보다 학력이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6학년도에 고교 2학년생 1700여 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 결과와 이 학생들이 이듬해 치른 수능 성적을 조합해 강상진 연세대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아버지의 교육 연한이 1년 늘어날수록 학생은 수능 8, 9등급 대신 1, 2등급에 속할 확률이 4.71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정의 월평균 총소득은 등급을 높이는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교육이 수능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영역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언어는 반비례, 수리는 비례, 외국어는 무관’이라는 결론이다. 언어는 과외비가 많아진다고 해서 수능 등급이 높아지지 않았지만 수리는 사교육비가 높으면 중상위 등급에 포함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중상위, 하위로 나눴을 때 사교육 효과는 수학에서, 그것도 중상위 등급 학생들에게서만 증명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학원이 많은 지역일수록 수능 성적이 높지만 학원비와 수능 성적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 한계와 개선점

이번 분석은 그동안 각종 성적을 비공개에 부쳐온 교육 당국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학력 격차를 확인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요인 분석에서 일반인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육 요인 분석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뜨거운 관심사인 사교육이나 경제력 요인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는 것. 외국어 영역은 사교육의 효과가 없고, 언어영역은 오히려 반비례한다거나 부모의 경제력과 학업성취도가 무관하다는 분석에 대해 일반인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수능과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연결해 공교육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것도 과제다. 2008년까지는 학업성취도평가를 고교 1학년생의 3%만 표집해 실시하는 바람에 수능과 비교분석이 불가능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전수평가로 바뀐 만큼 모든 학년을 추적하는 분석이 가능해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고교 학교별 수능 표준점수 검색(200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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