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재개발 단지 내 국가 땅 사용료 낼 필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0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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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징수한 270억 조합에 반환’ 판결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기존 도로 및 공원 등 국가 공용 부지의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 서초구는 이미 징수한 270억 원의 사용료를 되돌려 줘야 한다. 또 2010년까지 단계적 개발계획이 정해진 서울시내 약 300곳의 재개발·재건축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2년까지 재건축사업에 적용됐던 옛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르면 조합은 단지를 짓기 전에 기존 공용부지 땅값을 지방자치단체에 지불하는 것은 물론 단지 조성 후 새 공용 부지도 지자체에 기부채납해야 했다. 이러한 이중 부담을 덜기 위해 2002년 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조합은 기존 공용부지 땅값에서 새로 조성된 공용 부지 건설비용을 뺀 만큼만 지자체에 보상하면 된다. 조합은 부담이 줄었지만 지자체는 수입이 줄면서 분쟁이 생겼다. 대규모 재건축사업이 몰린 서초구가 대표적인 예다.

서초구는 반포주공 2단지와 3단지, 미주아파트재건축 조합 등에 "재건축 단지 완공 때까지 기존 공용부지를 허락 없이 사용한 데 따른 변상금을 내라"고 통보했다. 3개 조합은 사업 지체를 우려해 사용료 270억여 원을 일단 납부한 뒤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미주아파트 재건축단지에 대해 "조합 측이 공용 부지를 사용하려면 서초구와 대부계약을 맺는 등 적법한 권리를 얻어야 한다"며 서초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29부는 20일 1심을 뒤집고 "조합이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항소심 첫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에 공용부지 사용료 징수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국토계획법을 준용하면 공용 부지 사용료는 인·허가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 등에 포함돼 면제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서초구 측은 "국토계획법을 준용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고, 8월부터 시행된 행정안전부 공유재산관리 기준을 보더라도 사용료 징수는 합법"이라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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