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리 대학 스타/백석대 특수체육과 양한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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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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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특수체육과 양한나 교수(오른쪽)가 교내 실내체육관에서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운동발달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백석대 특수체육과 양한나 교수(오른쪽)가 교내 실내체육관에서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운동발달 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운동통해 장애 극복” 2년째 무료봉사

13일 오후 4시 충남 천안시 안서동 백석대 실내체육관.

자폐장애를 앓고 있는 이은지 양(가명·9)은 셔틀콕이 날아오자 배드민턴 라켓으로 받아치려 안간힘을 섰다. 다섯 번에 한 번꼴로 성공하지만 그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은지야, 조금만 더 집중해 봐. 그러면 칠 수 있어.”

은지 양의 왼손을 꼭 감아쥔 30대 여교수의 이마엔 어느새 보송보송 땀방울이 맺혔다.

백석대 특수체육과 양한나 교수(32). 그에게 수요일과 금요일은 색다른 날이다. 수요일에는 천안국민체육센터에서 지체장애자를 위한 수영강습을, 금요일에는 장애 영유아를 위해 운동발달클리닉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벌써 2년째 무료 봉사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특수체육교육 전문가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더욱 전문성을 지닌 제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죠.”

특수체육교육은 말 그대로 장애인 개개인에게 맞는 운동발달 클리닉을 개발하고 체육활동을 통해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야.

그는 서울 동마중, 영동중에서 체육교사를 지내다 모교인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에서 장애인 수중운동과 관련한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3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양 교수는 체육인 집안이다. 어머니 신항대 씨(70)는 국가대표 농구선수로 1967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5회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의 주역이었다.

오빠 양욱 씨(36)도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양 교수 역시 유치원 때부터 수영을 시작해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지내며 수많은 입상성적을 거두었다.

“대학 전공을 특수체육으로 선택한 것은 종교적 영향이 컸어요.”

양 교수는 1995년 대학에 입학한 뒤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다.

대학 2학년 때 독일 베를린의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지내며 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되는 장애아동에 대한 체육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서울대 안에 있는 장애아동 체육교실에 교사로 나서 프로그램을 직접 짜며 지금까지 13년째 활동하고 있다.

기독교 대학인 백석대를 선택한 것도 다양한 봉사활동에 역점을 두는 학풍 때문이었다. 그는 백석대에 부임한 뒤 장애 영·유아와 지체장애 성인들을 위한 운동클리닉 개설을 제안했다. 학교 측에서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진행되는 장애 영·유아 운동발달클리닉은 의외로 성과가 컸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8세짜리 여자 아이는 처음엔 엄마와 떨어지지도 못했으나 지금은 줄넘기도 혼자 한다. 운동할 때마다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모든 프로그램은 양 교수가 개별 면담을 통해 짠다. 학생들도 돕고 나섰다.

양 교수에게 자녀를 맡긴 한 부모는 “아이가 잔병치레가 없어지고 표정도 밝아져 집안에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 영·유아는 모두 15명. 여유가 있으면 대상을 늘릴 예정이다. 올겨울에는 스키도 타러 갈 예정이다.

수요일에 열리는 수영교실은 주로 지체장애 어른들이 대상이다. 대부분 교통사고 등으로 후천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좌절감을 달래기란 쉽지 않았다. “물 속에서만큼은 장애가 아니야”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신명난다.

양 교수는 충남도장애인수영연맹 부회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대외활동도 하고 있다.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다. 수영강습을 할 때 장애인만을 위한 전용 레인을 확보하지 못해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 또 이들을 수영장까지 안내하는 승용차나 휠체어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

양 교수가 가르치는 과목은 ‘정서행동장애체육교육론’ ‘행동수정’ ‘특수체육연구법’ ‘장애아동 및 청소년 체육진단평가’ ‘학습장애아 체육교육론’ ‘수영지도법’ 등이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그는 학생들에게 이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특수체육 교사로서 전문성을 살리고 영역을 넓히는 일이라 생각하라. 그러다보면 작은 노력으로도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리라.”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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