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 지하철역, 왜 동굴처럼 꾸며 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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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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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면 재미있는 서울 지하철 역 이야기

서울 시내에서 지하 동굴을 구경하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가까운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으로 가면 된다. 이미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늘 너무 가까이 있어서 잘 몰랐던 서울지하철 역사(驛舍)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살펴본다.

○ 인공 암석으로 만든 지하 동굴

깊이 43.8m로 서울 시내에서 두 번째로 깊은 신금호역(가장 깊은 역은 47.1m인 7호선 숭실대입구역)은 맞이방에서 승강장까지 두 개의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맞이방까지는 여느 역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순간 양옆으로 난데없는 지하 동굴이 펼쳐진다. 벽과 천장 등이 모두 인공암석 형태로 꾸며져 있는 것.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청소 작업도 쉽지 않을 텐데 굳이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뭘까. 도시철도공사 측은 “신금호역 주변은 시공 당시 온통 바위산이었다”며 “암반을 뚫어 건설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시각적으로 알려주기 위해 이같이 꾸몄다”고 설명했다.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마천역,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도 같은 이유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지하 동굴형 인테리어는 아쉽게도 2011년까지 모두 철거될 예정.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 역사 속 역사(歷史) 공간

3호선 경복궁역은 현대건축의 거장 김수근 씨가 설계했다. 개통 당시인 1985년 한국건축가협회로부터 우수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데 쓰는 보와 기둥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둥근 아치형 터널 형태로 천장을 디자인했다. 그 덕분에 궁궐 특유의 웅장함이 풍긴다.

지하 1층 맞이방에 들어서면 이일녕 작가가 화강석으로 조각한 상감행차도와 십장생도가 벽면에 길게 펼쳐진다. 출입구 쪽 ‘불로문’은 관광객들 사이 인기 만점의 포토존. 통과하면 만수무강하고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창덕궁의 문을 모방해 만들었다. 지하 2층 총 2757m²(약 830평)에 꾸민 서울메트로 미술관은 하루 5만여 명의 시민이 찾는 공간.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역사 내부를 단순한 교통시설만이 아닌 역사적, 예술적 기능을 담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있는 무료 갤러리 ‘광화문 갤러리’에 가면 우수 신예 작가와 청년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 4층 빈 공간은 전시관 및 세미나실인 ‘녹사평 발명테마역’으로 활용 중이다. 건설 당시 지하철 11호선과의 연계를 고려해 넓게 건설했으나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생긴 빈 공간이다.

○ 경기도 속 서울지하철

7호선 장암역은 서울이 아닌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164-9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7호선을 건설할 당시 서울 시내에는 차량 기지를 지을 공간이 부족해 의정부에 차량기지를 건설하면서 의정부 주민들을 위한 지하철역을 차량기지 안에 추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차량기지 안에 있다 보니 고즈넉한 시골 간이역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선로도 1개, 승강장도 1개, 출입구도 1개뿐인 작은 역이지만 주말에는 수락산을 찾은 등산객들로 서울 시내 여느 역 못지않게 붐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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