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0곳중 27곳이 특목-자사고… 평준화지역 일반고 전무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코멘트
■ 전국 2200여 고교 성적 분석해 보니

《2009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고 과학고 자립형사립고가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제공한 학교별 수능 평균점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특목고와 자사고는 100위권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교과부는 최근 5년간 2200여 개고의 수능 표준점수를 고교별로 분류해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했으며 조 의원은 자료의 일부를 언론학자 등에게 전달했다. 조 의원의 자료에는 학교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았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학교 주소지와 응시생 현황 등의 자료로 교명을 찾아낸 뒤 학교별 성적 자료를 취합했다.》

대원외고 1위-민사고 2위-한국외대부속외고 3위
비평준화 공주 한일고, 일반고 1위-전체 8위
학력격차 없앤다더니… 평준화지역 편차 더 커져

○ 특목고 상위 쏠림 현상

고교별 수능 성적 가운데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의 평균점수를 합산했을 때 대원외고가 401.63점으로 가장 높았다. 민족사관고, 한국외대부속외고, 한영외고, 명덕외고, 대구외고, 대일외고 등이 그 다음 순위였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상위 10위권에 9개교가 포진했으며 30위권에서도 돋보였다. 수능 3개 영역 평균 합산 상위 30개 중 특목고와 자사고가 27개를 차지했고 나머지 3개 고교는 비평준화 일반계고였다.

100위권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비평준화 지역 일반계고가 40개로 가장 많았으며 특목고 35개교, 평준화 지역 일반계고가 19개교였다.

일반고 중에서는 충남의 비평준화 고교인 한일고가 가장 높았다. 이 학교는 전체 학교 중 8위로 특목고의 독주를 막았다.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한일고는 지난해 고교 3학년 중 절반가량이 수능 언어영역에서 상위권에 들어 성적을 끌어올렸다. 경기 광명 진성고, 안산 동산고 역시 비평준화 지역 학교로 경기도의 우수한 학생이 몰려 성적 향상의 주력이 됐다.

평준화 지역 학교로서 수능 성적이 좋았던 학교는 대전 대덕고, 서울 강남구 영동고 경기고 휘문고 숙명여고, 서초구 서울고 등이었다. 평준화 지역 신흥 명문고인 대구 수성구 경신고, 광주 숭덕고, 부산 개성고 등도 성적이 좋았다.

거창고 포항고 세광고 경주고 춘천고 강릉고 구미고 원주고 등 지방 명문고들도 100위권에 들었다. 지방 명문고들은 최상위권에 진입하진 못했지만 일부 지방 과학고나 외국어고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이기도 했다.

○ 극심한 학력 격차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3개 영역을 분석한 결과 외국어영역은 상위 100개 고교의 평균점수가 113.7점인 데 비해 하위 100개 고교의 평균점수는 70.3점으로 43.4점이나 차이가 났다.

수리영역 역시 상위 100개교의 평균점수는 112점인 데 비해 하위 100개교는 69점으로 43점 차였다. 언어영역 평균점수는 상위 100개교가 112.9점, 하위 100개교가 76.9점으로 36점 차가 났다. 민사고의 외국어 평균은 133.47점이었으나 전국 최하위 학교의 평균은 50.2점으로 83점 이상 격차를 보였다.

상위권 고교의 학생은 표준편차가 적어 비교적 고른 득점을 한 반면 평준화 지역의 명문고와 서울 강남 8학군 내 학교들은 같은 학교 안에서도 성적이 들쑥날쑥한 양상을 보였다.

교내 학력 격차는 하위권 학교로 갈수록 커졌다. 수리영역에서 전국 1위인 대원외고의 표준편차는 16.96이었으나 하위 1위인 충남의 한 고교의 표준편차는 39.4였다.

○ 평준화의 허상

이번 수능 성적 공개에서는 ‘평준화 지역에서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없어질 것’이란 주장의 허상도 드러났다. 100위권에서 평준화 지역의 학력은 비평준화 지역에 뒤떨어져 하향 평준화 추세를 보였다. 규모면에서도 상위 100위권 고교 중 평준화 지역 고교는 19개교로, 비평준화 지역의 절반 수준이었다.

상위 100위권에 든 평준화 지역 고교들의 교내 학력 격차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편차가 상대적으로 큰 고교들은 영역별 100위 가운데 70∼90위권에 분포했으며 이 중 다수가 평준화 지역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위권에서 성적 편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곳은 우수한 학생이 몰려 경쟁을 벌이는 자사고와 특목고였다. 국회 교과위 정영희 의원(친박연대)은 “비평준화 지역 고교의 학력수준이 높고, 평준화 지역에서는 격차가 극심할 것이란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이제는 평준화-비평준화라는 정책의 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