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농부가 수확한 ‘서울 쌀’ 아세요?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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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쌀 ‘경복궁’ 생산 개화역 평야 벼베기 한창

작년 총 2560t 생산
서울시민 전체 하루 먹을 양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

12일 오전 10시경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 지하철 9호선 개화역 부근. 행정구역으로는 분명 서울시지만 황금색 벼가 가득한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개화동 토박이 농민 서삼진 씨(66)가 육중한 콤바인을 몰며 벼를 베기 시작했다. 서 씨는 이날 ‘경복궁 쌀’ 추수에 나섰다. 경복궁 쌀은 서울시 쌀 브랜드다.

○ ‘농업도시’ 서울

벼 베기는 금세 끝났다. 한 시간여 동안 4000m²(약 1200평)에서 벼를 모두 베어낸 서 씨가 논두렁에 걸터앉았다. 그는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며 “서울에서 서울시민이 농사도 짓는다는 걸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신토불이라고 하잖아요. 서울시민도 서울 땅에서 나는 쌀을 먹으면 몸에 좋지 않겠어요?” 그는 다른 논의 벼도 베어야 한다며 다시 콤바인을 몰았다.

서울시가 ‘농산물 생산 도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은 제주도 못지않은 쌀 생산 도시다. 2006년에는 제주도에서 생산된 2352t보다 47t 많은 2399t을 생산했다. 서울 쌀은 김포평야 일대에서 주로 재배된다. 지난해에는 총 502만 m²(약 152만 평) 논에서 2560t의 쌀을 생산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민 전체가 하루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이 가운데 470t은 서울 쌀 브랜드인 ‘경복궁 쌀’로 판매한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는 2002년부터 친환경 농법을 도입해 개량 추청종을 이용한 경복궁 쌀을 보급하고 있다. 이모작이 불가능해 벼가 충분히 익을 때 베기 때문에 밥맛이 좋다는 것이 센터 측 설명. 무분별한 농약 살포를 막기 위해 센터에서 직접 헬기를 띄워 농약을 두 번만 뿌리고, 화학 비료도 50% 수준까지 낮췄다. 신동익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은 “주문이 들어와야 도정에 들어가기 때문에 경복궁 쌀은 ‘재고 쌀’이 없다”고 귀띔했다. 강서농협과 농업기술센터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80kg 한 포대에 18만 원 정도로 다른 지역의 고급 쌀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 도시 농지는 공익기능 많아

신 팀장은 “대기 정화, 홍수 조절, 토양 유실 방지 등 서울시 농지의 공익적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90억 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가치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들이 떠나고 농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 1980년대만 해도 서울지역 농민은 3만4706명, 경지면적은 4900만 m²(약 1482만 평) 규모였다. 지난해에는 8657명, 1563만 m²(약 473만 평)까지 줄었다. 내년부터 강서구 마곡지구 개발이 시작되면 167만 m²(51만 평)의 농지가 또 사라진다.

벼 베기를 끝낸 서 씨가 마침 개화동 일대를 찾은 철새 수백 마리를 가리켰다. “철새도 여기가 좋다는데…. 요즘에는 참게도 잡힌다니까. 여기는 그린벨트지만 개발이 어떻게 되든 나는 여기 토박이고 농사가 천직인데 끝까지 지어봐야지.” 집으로 향하던 서 씨는 “경복궁 쌀을 서울 시민들이 많이 사랑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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