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40명 산골마을, 친환경 떴다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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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다압면 관동마을 야경. 오후 7시가 넘어서면 마을 곳곳에서 설치된 해충퇴치등이 불을 밝혀 마을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다. 전남도 제1호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된 관동마을 주민들은 친환경 농산물로 연간 23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방선호 씨
전남 광양시 다압면 관동마을 야경. 오후 7시가 넘어서면 마을 곳곳에서 설치된 해충퇴치등이 불을 밝혀 마을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다. 전남도 제1호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된 관동마을 주민들은 친환경 농산물로 연간 23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 방선호 씨
광양 관동마을의 녹색 기적
화학비료-농약 안쓰고 매실-녹차 등 재배
주민의 60%가 70, 80대… 연간 23억 매출

25일 오후 전남 광양시 다압면 관동마을. 오후 7시가 넘어서자 마을 뒷산과 과수원, 논밭에 설치된 해충퇴치등이 하나 둘 켜졌다. 1000여 개가 넘는 등이 일제히 불을 밝히자 마을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해충퇴치등은 야간에 나방들이 좋아하는 불빛을 비춰 유인한 뒤 팬을 가동해 포획하는 장비. 주민들이 마을에 이 장비를 들여온 것은 2007년.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과수 농사를 짓다 보니 나방이 많아져 지방비 50%, 자부담 50% 조건으로 장비를 설치했다. 주민 정연호 씨(52)는 “처음에는 ‘등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며 반신반의했던 주민들이 그 효과에 만족하고 있다”며 “5월부터 10월까지 등을 켜는데 멀리서 보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빛나 마을의 명물이 됐다”고 전했다.

○ 친환경으로 희망 일군 산골마을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동마을은 봄이면 매화로 뒤덮이고 여름이면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 있는 산골이다. 주민은 67가구 140여 명. 이 가운데 60%가 70, 80대 노인들이다.

마을 풍경이나 사정이 여느 시골과 다를 것이 없지만 관동마을은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불린다. 주민 모두가 친환경 농법으로 밤, 매실, 배, 단감, 녹차 등을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2006년 전남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마을 전체가 인증을 획득한 것은 전남에서 관동마을이 처음이다.

마을 과수 재배 면적(210ha·약 63만5000평) 가운데 유기농은 160ha(76%), 무농약 및 저농약은 50ha(24%)다. 주민들이 생산한 과수는 ‘귀골친환경영농회’라는 이름으로 한마음공동체, 두레생협 등 친환경농산물 전문유통업체에 판매된다. 직거래하는 회원만도 2700여 명에 이른다. 일부는 온라인 판매도 한다. 연간 매출액은 23억 원으로 가구당 평균 3000여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관동마을이 ‘희망의 땅’으로 부활한 데는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이를 주민에게 설파해온 방선호 이장(58)의 노력이 컸다. 30여 년 전 경남 하동에서 이사 온 방 이장은 1990년대 중반 친환경 농법에 눈을 떴다. 밤나무 해충 방제를 하면서 항공방제 대신 식용유와 청양고추 등을 혼합한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다. 방 이장은 “손이 많이 가지만 높은 값을 받기 때문에 힘든 줄 모른다”며 “이런 노력으로 최근 전남도 제1호 유기농 생태마을로 지정되는 경사도 맞았다”고 설명했다.

○ 전남은 친환경농업 1번지

전남도는 2014년까지 도내 경지면적(31만1000ha)의 45% 이상을 유기농, 무농약 인증을 받는다는 야심 찬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경지면적의 30% 이상 친환경 농업 실천’을 목표로 했던 생명식품산업 제1차 5개년 계획(2005∼2009년)을 1년 앞당겨 달성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전남도는 단순 친환경농업에 그치고 있는 농업 형태를 유기농 중심의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유기농은 경지 면적의 15%인 4만6700ha, 무농약은 경지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9만3300ha를 2014년까지 확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공 유통 수출 분야에 6915억 원, 재배 생산 분야 5994억 원, 교육홍보 흙살리기 기반구축 분야 3711억 원 등 3개 분야에 1조662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광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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