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외국인학생 39% 잠적했다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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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곳은 1명도 학교 안다녀
불법체류자 입국통로 변질

국내 전문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5명 중 2명이 학교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전문대가 불법 체류자 입국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유학생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6∼2008년 어학연수를 포함해 국내 전문대로 유학 온 9376명 중 3644명(38.9%)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전문대 148개교 중 12곳은 유학생 전원이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또 41개교(27.7%)는 유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를 이탈했다. 산업대, 교육대, 신학대를 포함한 일반대는 이탈률이 6.9%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이탈자 수는 4032명으로 전문대보다 많았다.

이탈 유학생들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국내 유학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 중 불법 체류자 비율은 2006년 8.3%에서 지난해 12.3%로 크게 늘었다. 충남 S대 중국인 학생회장 A 씨(25)는 “단속에 걸려도 중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기 때문에 첫 학기에 학교에서 일자리 정보를 구한 뒤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고 말했다.

유학비자(D-2)와 일반연수비자(D-4)를 발급받은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은 주말이나 방학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지만 학기 중에 일을 하려면 시간제아르바이트(S-3) 자격을 얻어야 한다. S-3 자격자도 주당 20시간 이상 근무할 수 없다. 이 시간을 넘겨 일을 하다 적발되면 불법 체류자 신분이 된다. 대학 관계자들은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로 뽑을 수 있어 인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학교로서는 일단 유학생을 유치하고 보자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학문의 상아탑이 되어야 할 대학이 인원과 재정 충당 때문에 마구잡이식으로 유학생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됐다”며 “유학생 불법 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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