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내신경쟁, 일반고 보다 치열’ 확인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6분


평균점수 높고 표준편차 작아… 성적 부풀리기는 거의 사라져

中高 공개 성적 분석해보니

우수 학생이 몰리는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가 일반계고에 비해 학생들의 내신 성적 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또 한때 유행했던 ‘내신 성적 부풀리기’는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7일 학교 정보 공개 사이트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각 학교가 올린 2009학년도 1학기 말 성적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 명덕외국어고와 휘문고는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똑같이 21명을 합격(1차 합격자 기준)시켰다. 하지만 내신 속내를 들여다보면 두 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학교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명덕외고는 1학년 학생들의 국어 영어 수학 평균 점수가 81.6점이고 표준편차는 9.9점이다. 휘문고는 명덕외고보다 평균은 20.4점 낮은 61.2점, 표준편차는 12.5점 높은 22.4점이라고 공개했다.

한영외고는 국어 90.7점, 영어 91.2점, 수학 90.8점으로 주요 과목 평균이 90점을 넘는다. 그런데도 세 과목 평균 표준편차는 4.5점밖에 되지 않는다. 학생들 성적이 85∼95점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현상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성적 공개를 미룬 대원외고 이화외고를 제외한 서울지역 4개 외국어고와 세종·한성과학고 등 서울 특목고 6개 학교의 세 과목 평균은 77.4점, 표준편차는 9.6점이었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서울대에 가장 많이 합격시킨 전북 전주 상산고,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용인외고),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같은 학교도 세 과목 평균점수는 84.2점, 표준편차 7.4점으로 나왔다.

반면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 일반계고 상위 10개교는 세 과목의 평균 표준편차는 22.3점으로 차이가 컸다. 동북고는 서울대에 13명을 합격시켰지만 세 과목 평균 표준편차가 23.4점으로 경기고(25.2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학생들 사이에 실력 차가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보다 일반계고에서 내신 경쟁이 덜 하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한편 동아일보가 하늘교육과 함께 중학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졸업생을 특목고로 많이 진학시킨 서울지역 중학교 11곳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주요 과목 평균점수는 70.6점, 표준편차는 20.4점이었다. 반면 특목고 진학자가 한 명도 없는 중학교 43곳은 평균점수 64.3점, 표준편차는 22.6점이었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평균이 높은 건 문제가 쉽게 출제됐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지만 표준편차까지 함께 생각해 보면 ‘전반적으로 학력 수준이 높아 학력차가 적은 학교’로 해석하는 편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남렬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등 교육 통계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평균점수와 표준편차만으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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