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판매수당 늘어 사행성 조장 우려

  • 입력 2009년 8월 4일 02시 59분


공정위 법개정… 총매출에 중개판매도 포함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6일 국회에 제출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 개정안에서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에게 줄 수 있는 ‘후원수당’의 규모를 위탁·중개판매를 포함한 총매출액의 35%를 넘지 못하도록 법 조항(20조3항)을 바꾼 사실이 3일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다단계 회사가 모집한 판매책에게 더 많은 수당을 줄 수 있어 다단계 판매의 사행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다단계 회사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중개 판매할 때에는 중개를 의뢰한 회사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만 총매출액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위탁 및 중개 판매에 따른 전체 매출액을 다단계 회사의 총매출액에 포함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A라는 다단계 회사가 만드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등 매출액이 100억 원, A사가 휴대전화나 인터넷통신을 중개 판매한 금액이 100억 원, 중개 판매 대가로 휴대전화 제조업체 및 통신사에서 받은 판매수수료가 2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현행법에서는 A사의 총매출액이 102억 원이지만 개정안에선 200억 원으로 높아진다. A사가 판매원에게 줄 수 있는 후원수당도 35억7000만 원에서 70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다단계 회사가 더 많은 후원수당을 미끼로 판매책을 끌어들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종원 YMCA 시민중계실장은 “후원수당이 높아지면 2006년 고액수당을 미끼로 회원을 모집한 제이유 그룹과 같은 문제가 속출할 것”이라며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개정안 입법예고 때는 관련 조항을 현행대로 뒀다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자기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위탁·중개 판매수수료뿐 아니라 판매액 전체를 다단계 회사의 총매출액으로 규정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 보상받는 금액도 수수료가 아닌 전체 물건값이 돼 오히려 소비자 보호장치가 강화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다단계 회사가 매출액에 따라 공제조합에 내는 부담금도 많아져 무리하게 위탁·중개 판매 규모를 늘리려는 회사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 조항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판단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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